시민의 눈<212>
법치주의와 인치주의, 민주사회가 가야 할 길
※ 법치주의와 인치주의, 민주사회가 가야 할 길
전두환·박정희 시대와 윤석열 정권이 남긴 교훈
▶ 법치주의와 인치주의의 본질
법은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약속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자조차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권력자의 의지와 판단이 법보다 우위에 서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를 ‘인치(人治)’라고 한다. 인치주의는 지도자의 개인적 성향과 판단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준이 되면서 법이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인치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정의와 공정성이 무너지고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법 해석이 뒤틀리며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쉽게 침해된다.
▶ 박정희·전두환 정권, 무력 권위주의
한국 현대사에서 인치주의는 전두환·박정희 정권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 바 있다. 박정희 정권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했다. 유신체제는 헌법마저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변질시켰고,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은 법치주의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으로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잃었다. 군부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며 법과 정의를 짓밟았던 시대였다. 이 시절의 ‘인치’는 권력자 개인의 판단과 군사력으로 사회를 통치했던 시대의 상징이다.
▶ 윤석열 정권에 드리운 인치주의의 그림자
오늘날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세련된 형태의 권력 운영을 보고 있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드러나는 행태 역시 인치주의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서 법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권력이 법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수사와 사법 체계가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보다 권력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인식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전직 대통령과 정치인, 언론인에 대한 표적 수사 의혹, 권력 실세와 가족 문제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은 국민으로 하여금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원칙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보여줬던 인치주의적 폐해가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윤석열 정권의 문제는 권력 핵심부가 법과 제도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한다는 데 있다. 이는 과거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노골적인 탄압과 다를 뿐, 본질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인치주의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박정희 시대에는 국가 안보와 경제개발이, 전두환 정권에서는 정치 안정이 명분이었다면, 지금은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권력의 편향성이 정당화되고 있다. 그러나 법을 권력의 도구로 삼는 순간, 법치주의는 공정성을 잃고 사회적 혼란만 심화된다.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 과거에서 얻는 교훈
법은 특정 권력자나 집단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며, 권력자를 견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치주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과거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결국 국민의 저항과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인치주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오늘날 윤석열 정권이 직면한 위기는 바로 이 교훈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권력자가 법을 무시하고 자신과 주변 세력의 이해를 우선시한다면, 그 정권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사회가 지향해야 할 것은 개인적 감정이나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의 원칙이 공정하게 작동하는 사회다. 법이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 민주사회가 나아갈 길
우리 사회는 이제 진정한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법 앞에 겸손해야 하며, 지도자의 사적 감정보다 공적 원칙이 앞서야 한다. 과거 군사정권의 폭압적 인치와 오늘날의 세련된 인치 모두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법치주의가 바로 선 사회만이 국민 모두가 안전과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진정한 민주국가다. 우리는 법이 권력을 지배하는 나라,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과거의 아픈 역사가 남긴 교훈이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