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눈<215>
시민 요구에 후보가 응답 할 나주의 선거 기준 '말 아닌 증거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두고 후보자들이 정중동 움직이고 있다. 이른 감이 있지만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후보자들을 지켜보며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뜻을 전해본다.
선거는 수사의 경연이 아니다. 나주는 지금, 원도심·혁신도시의 균형과 인공태양·K-그리드 같은 국가사업을 말이 아니라 증거로 추진할 리더를 요구한다. 시민은 후보에게 숫자와 일정, 책임을 묻는다. 공약 3개의 예산·마일스톤·성과지표, 권역별 배분표, 안전·환경의 상시 공개까지. 우리는 관객이 아니라 심사위원이다.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말이냐, 증거냐.
선거는 수사를 겨루는 축제가 아니다. 시민은 더 이상 미사여구와 포장에 박수를 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수치·일정·책임으로 검증 가능한 약속이다. 원도심과 혁신도시의 균형, 인공태양·K-그리드 같은 국가사업, 농업 유통 혁신, 교육·청년 정주까지 나주의 내일을 좌우할 과제 앞에서 후보들은 말로 빚은 희망이 아니라 근거로 만든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첫째, 공약은 측정 가능한 지표로 말해야 한다. “교통을 개선하겠다”가 아니라 버스 회차 간격을 몇 분 줄이고, 주차면을 몇 면 늘리고, 민원 처리 시간을 며칠 단축할지 적시해야 한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라면 주거·교통·보육의 묶음이 어떤 재원으로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1년 뒤 어떤 변화가 수치로 확인되는지 안내해야 한다. 계획이 숫자를 입지 못한다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구호다.
둘째, 모든 공약에는 돈과 시간표가 붙어야 한다. 국비·지방비·민간의 분담 비율, 예타·설계·착공·준공의 마일스톤, 지연 시의 '대체 시나리오(Plan B)'까지 제시해야 한다. 막연한 “국비 확보”가 아니라 어느 부처, 어떤 사업코드, 어떤 절차로 접근할지 접점과 경로를 밝혀야 한다. 시민은 “된다/안 된다”의 감언에 속지 않는다. 어떻게, 언제, 무엇으로가 핵심이다.
셋째, 권역 균형은 말이 아니라 배분표로 증명해야 한다. 원도심·혁신도시·읍면 권역에 어떤 예산과 시설, 프로그램을 몇 %로 배분할지 표와 지도에 함께 표시하라. 어느 권역의 취약지대를 무엇으로 보완할지, 상권 회복과 도시재생이 서로 어떤 파급을 낳는지 연결된 설계를 제시하라. “모두에게 좋다”는 말은 책임 없는 약속일 뿐이다.
넷째, 인공태양 등 대형 프로젝트의 핵심은 안전과 투명이다. 지반·용수·전력망의 적합성, 환경·안전 영향평가 일정, 방사선·폐기물 관리 체계, 비상 대응의 프로토콜을 상시 공개하라. 시민 참여 모니터링과 분기별 공개 점검을 제도화하고, 측정 데이터는 온라인으로 누구나 열람하도록 하라. 안전은 약속이 아니라 운영이며, 운영은 데이터의 공개성에서 시작한다.
다섯째, 참여 거버넌스를 선거 전에 규칙으로 제시하라. 시민·상인·청년·전문가가 함께 정책을 운영하고 평가하는 틀을 만들고, 분기별 공개회의와 피드백 반영 절차를 명문화하라. 공청회 사진 몇 장이 아니라 결정의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라. 선거가 끝나면 잊히는 약속이 아니라, 선거로 시작해 임기 내내 작동하는 합의의 기계를 설계하라.
여섯째, 윤리는 금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이해충돌 사전 등록, 고위직 인사 원칙, 로비·청탁 금지 규범을 서면으로 공표하라. 의혹이 없음을 주장하기보다, 의혹이 생겨도 검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앞세우라. 신뢰는 인격에서 오지만, 지속은 제도에서 온다.
이제 시민의 질문은 간결하고 단단하다. 대표 공약 3개의 예산·일정·성과지표를 한 장에 담아달라. 원도심과 혁신도시의 **예산 배분표(%)**를 공개해 달라. 실패할 경우 어떻게 수정할지, 첫 100일에 무엇을 완료할지 완료 기준과 함께 밝혀 달라. 답을 내놓는 후보는 선거를 증거의 경쟁으로 바꿀 것이다. 답을 피하는 후보는 선거를 수사의 경연으로 되돌릴 것이다.
우리는 관객이 아니다. 우리는 심사위원이다. 시민의 눈은 따갑지만 불공정하지 않다. 성과에 박수를, 허언에는 침묵을 보낼 것이다. 선거는 나주의 다음 4년을 결정하지만, 지금 내놓는 계획과 규칙은 나주의 다음 10년을 가른다. 나주가 에너지 전환의 시험장이자 성공 모델이 될 것인지, 원도심과 혁신도시가 한 도시의 두 바퀴로 굴러갈 것인지는 오늘의 응답에 달려 있다.
후보들에게 권한다. 공약집을 덮고 원페이지 실행도면을 펼쳐라. 숫자는 불편하지만 시민을 안심시키고, 일정은 부담스럽지만 행정을 움직인다. 배분표는 갈등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합의를 배운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할 때, 당신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행하는 사람이 된다. 나주는 그런 리더를 원한다. 강렬한 시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 눈은 당신을 넘어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성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말이냐, 증거냐. 우리는 증거를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