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아야 할 것은 ‘분노’가 아니라 ‘하나되는 저력’이다
민선 자치 30여 년, 나주시는 민선 시대 내내 흥행과 정체를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때는 ‘에너지 수도 나주’로 전국의 주목을 받았지만, 또 한때는 정쟁과 불신 속에 도시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이 굴곡의 책임은 단체장에게만 있지 않다. 잘못된 선택을 반복한 시민의 책임도 함께 있다. 지금 나주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분노가 아니라, 잘못된 정치 지도자를 단호히 거르고 우리가 무엇을 함께 만들지를 묻는 저력이다.
지금까지 나주시민은 '위험한 지도자를 걸러내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라는 소중한 교훈을 가슴에 담는 경험을 했다. 지난 세월 나주가 겪은 상처는 일부 지도자의 그릇된 욕심이 어떤 폐해를 낳는지 경험한 것이다. 사익을 위해 공익을 왜곡하고, 지역과 계층의 진영을 갈라치기 하며 ‘내 편·네 편’ 정치를 부추긴 이들이 있었다. 시민의 삶보다 자신의 권력 연장을 앞세운 이런 인물들은 단순한 ‘무능한 리더’가 아니라, 지역의 신뢰와 미래를 갉아먹는 위험한 지도자다. 더 이상 “내 사람”이라는 이유로 눈감아 줄 수 없다. 동시에 시민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갈등과 감정의 정치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나주를 위한다”는 구호 뒤에 숨은 사익과 무능을 가려 보지 못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이 실패를 인정하고, 시민 각자가 “내가 나주 정치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는 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정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나주에는 다시 하나가 되려는 흐름이 눈에 띈다. 영산강 국가정원 유치는 영산강·나주평야·읍성·향교·금성관을 하나의 생태·역사 축으로 엮어내려는 시도이며, 이번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 유치는 빛가람 혁신도시와 한국에너지공대를 중심으로 나주를 진정한 에너지·과학도시로 도약시키는 기회다. 나주읍성 복원과 나주향교·금성관을 축으로 한 ‘천년 목사고을’ 브랜드화 역시 나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사업이다. 이 모든 과제는 행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서명운동, 공청회 참여, 여론 형성에 나서는 시민의 힘이 더해질 때 현실이 된다. 반대로, 이런 자리마다 과거의 갈라치기를 일으킨 지도자를 다시 올려놓는 순간, 나주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결국 관건은 시민의 선택이 나주의 미래를 결정한다. 다시 시민의 선택이다. 과거의 분열과 갈라치기를 끊고, 영산강 국가정원·인공태양 연구소·역사문화수도 건설 같은 공동 목표에 힘을 모을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사익 정치에 도시의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나주에는 이미 영산강과 나주평야, 천년 역사, 에너지 산업 기반, 그리고 위기 때마다 도시를 일으켜 세운 시민의 저력이 발동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 저력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 그리고 그 길을 가로막는 잘못된 정치 지도자를 냉정한 눈으로 골라내는 것이다. “나주시의 주인은 시민이며, 시민은 나주의 미래를 망치는 지도자를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무거운 진실을 마음 깊이 새길 때, 나주의 저력은 비로소 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지금 나주시장을 중심으로 모든 시민이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를 통해 하나가 된 모습이 교훈이되어 나주시가 앞으로는 분열의 도시가 아니라,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성숙한 도시로 성숙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