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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 기자명 나주토픽

뿌린 씨앗 그대로

  • 입력 2025.08.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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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씨앗 그대로

 

   최근 정국을 지켜보며 불편하지만 정치인의 말로는 흔히 ‘비참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비참함이 단순한 운명이나 시대의 흐름 때문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것은 본인들이 뿌린 씨앗의 결과다. 능력은 부족하면서도 허위허식으로 포장하고, 위선으로 자신을 치장하며, 권력욕과 탐욕을 쫓다 결국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개인의 몰락이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와 공동체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가여운가.

   정치가 몰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거만과 오만 때문이다. 국민 앞에 봉사하는 자리임에도, 스스로를 권력의 주인이라 착각한 순간부터 그들의 종말은 정해져 있다. 겸손 대신 허세를, 헌신 대신 특권을, 봉사 대신 탐욕을 앞세운 결과는 언제나 같다.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표를 얻기 위해 달콤한 말만 늘어놓다가 뒤로는 뒷거래와 비리를 일삼는 모습은 결국 드러난다. 정치인의 오만은 스스로의 파멸을 재촉하는 자승자박의 올가미다.

   우리 정치 현실을 보자. 선출직 공무원들의 전과 기록과 범죄 경력은 이 땅의 정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제22대 총선 후보자들 중 무려 33.4%에서 34.8%가 전과 기록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나선 이들이 사실은 법을 어기고 사회의 규범을 깬 전력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다. 게다가 선거철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비리 의혹, 뇌물 수수, 공천 장사, 사기 행각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자들이 정치를 직업 삼아 오만을 떨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현실은 정치의 타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더 나아가, 전과자들이 “이제는 새사람이 됐다”고 주장하며 다시 국민 앞에 서는 모습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인간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직, 특히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치의 영역에서는 그 어떤 ‘면죄부’도 허용될 수 없다. 전과자 정치인들이 ‘좋은 말로’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직하지 못한 자, 탐욕으로 얼룩진 자들의 최후가 가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직한 정치만이 길이다. 정치는 결코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능력과 양식을 갖춘, 정직한 사람들이 해야 하는 고도의 책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한번 해보겠다”는 식의 가벼운 생각, 돈과 권력만 있으면 된다는 천박한 인식이 정치판을 병들게 했다. 이제는 “누구라도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소명이다.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은 결국 가여운 말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들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이 함께 상처 입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오만한 정치, 전과자 정치, 탐욕의 정치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며, 진실과 정의 위에서만 정치가 설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결국 가여운 정치인의 비극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그들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고, 앞으로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가 더 이상 국민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진정한 봉사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가여운 정치인들의 허망한 말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민 모두가 정치인의 도덕성과 책임을 더욱 엄격히 요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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