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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칼럼
  • 기자명 나주토픽

오적(五賊)은 살아있다

  • 입력 2021.10.21 22:44
  • 수정 2021.10.3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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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적(五賊)은 살아있다

 

  ‘아동방(我東方)이 바야흐로 단군 이래 으뜸 /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도둑이 있겠느냐 / 포식한 농민은 배 터져 죽는게 일쑤요 /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 사니 / (중략) / 서울이란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라는 이 문구는 시인 김지하가 1970년 『사상계(思想界)』 5월호에 을사늑약 체결에 앞장섰던 을사오적에 빗대 당시 권력층 다섯 부류의 부패와 부조리를 해학적이고 신랄하게 비판한 300여 행의 긴 오적(五賊)이라는 담시(譚詩)의 한 구절이다. 이 시로 인해 김 시인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사상계는 폐간됐다. 그리고 시 속의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장성 그리고 장·차관 등을 말한다.

그리고 최근 제기되는 부정부패 의혹으로 수사가 시작되며 지탄받는 국회의원 고위공직자와 권력자와 재벌들은 당시 오적의 비리를 연상하게 한다. 세월이 흘러도 어쩌면 이렇게 오적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가슴 아픈 대목이다.

  이유인즉 대한민국에 민주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오직 도약만을 내세우며, 국민이 흘린 피와 땀으로 쌓은 공든 탑을 지들의 치적으로 일삼고 부정부패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속칭 오적 무리 떼들이 파렴치하게 여전히 세상을 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국민도 동조자일 수 있다. 다수 국민이 항상 그들을 미워할 줄 모르고 아끼며 후원했기 때문이다.

  시의 몇 구절구절(발췌)을 살펴보니 지금 전개되는 상황과 하나도 다를 것 없다.‘●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귀띔에 정보 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 샀다가 길 뚫리면 한몫 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 원에 쓱싹 / 중략 /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되는 것도 절대 안 돼, 안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 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넷째 놈이 나온다 장성(長猩) 놈이 나온다. 부속 차량 피복 / 중략 / 떼어먹고(지금은 방위산업 비리) ●마지막 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진탕 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 씹으며 / 중략 /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 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라는 오적의 행위 모양과 무의 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더 큰 적(賊)이 나타났다. 법치 국가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권력을 멋대로 하는 판·검사와 이를 돕는 사이비 언론을 말한다. 내세우는 공정과 정의는 무너져버렸다. 도둑놈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을 망각한 체 주인이 돼버렸고, 일부 판검사의 악행과 잘못된 판결은 사람의 가치는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오적 역시 대한민국 국민임이 틀림없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사필귀정이다. 하늘은 무심치 않음을 알리는 듯 드러나는 속칭 오적의 행태는 단절되기를 기원한다. 국민 모두의 손으로 만들어내야 할 큰 과제임을 우리 모두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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