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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칼럼
  • 기자명 나주토픽

내 탓이로소이다!

  • 입력 2021.05.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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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로소이다!

 

   센스있는 한국인의 입담이 미국을 사로잡았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수상자의 이야기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아시아 여배우로서 두 번째 수상도 관심 대상이었지만 그보다는 '코리안 그랜마’ 즉 한 한국 할머니의 직설적이면서도 재치있고, 두루 배려하면서도 할 말 다 하는 통쾌한 수상 소감으로 한국인의 멋을 그대로 알린 것이어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과대한 선전으로 오해받을 우려도 있지만, 자원 불모지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고 단언하고 싶은 스토리였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역으로 열연한 배우 윤여정이 더욱 빛나는 것은 힘든 역경에서 경계와 장벽을 넘어선 역할이었고 우리 사회에 절실한 소통 노력을 통한 시대의 장벽을 넘어서라는 충고였다. 본인의 의도와 크게 다른 모습으로 전달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신선한 깨우침의 충격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은 탁 막힌 소통과정이 만연되어 어두운 그림자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그 어두운 그림자를 두고 대다수 사람이 정치 탓, 부모 탓, 친구 탓, 이웃 탓 등 각가지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탓 세상이 되어버렸다. 내 탓의 추악함은 가슴에 묻어버리며 또 다른 재앙을 부르는 어리석은 작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탓의 전이 현상은 일각에서 악화가 양화를 부추기는 현상으로 이어지며 사회불안을 조성하기도 한다. 각종 언론 주요 면을 도배하는 시기·질투와 배신과 복수 관련 기사들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날이 갈수록 자질이 높은 괜찮은 사람은 조직에서 사라지고 잘하면 내 탓 못하면 네 탓으로 자질이 낮은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저질 판을 조장하는 세력들은 어김없이 좋은 사람들의 흠집을 찾아 오직 너만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며 치부에 열중한다. 이런 어수선한 판에서 윤여정 선생이 무대에 올라 영화 ‘미나리’ 제작사 플랜 B를 설립한 브래드 피트를 향해 ‘우리 영화 찍을 땐 어디 계셨냐?’라는 농담으로 타락한 사회 정곡을 찌르는 한 컷은 다양한 각도에서 반성해볼 여지가 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고상한 체(snobbish)’ 하는 영국인에게 인정받아 의미가 있다”라는 한마디 멘트로 자존심 강한 영국인의 콧대를 꺾었고, 뉴욕타임스(NYT)는 ‘2021 오스카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다루며 윤여정의 내 이름은 '여정 윤'인데, 유럽 사람들은 '여영'이라거나'유정'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라는 등의 쾌활하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하고 유려한 수상 소감을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어쩌면 우리나라 영화제에서 그런 소감이 나왔더라면 ’버릇없네! 교양 없네!’라는 등의 비난과 곁들인 갖가지 추문을 양산하며 최악의 순간으로 폄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 한 할머니가 전 세계인들의 보편적 기억을 보듬으며 모두를 승자로 만든 것처럼, 타락한 우리 사회가 남의 탓이 아닌 우리 자신의 몫임을 자성하며 ‘내 탓이로소이다!’라고 외치며 새로운 미래를 기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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