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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
  • 기자명 나주토픽

내일은 해가 뜬다

  • 입력 2017.01.0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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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해가 뜬다

 

 탄핵 정국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지 한 해 마지막 날이 슬금슬금, 아니 쏜살같이 다가와 도망칠 시간조차 없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벼슬을 세운 닭이 정유년을 외칠 태세다. 엊그제처럼 선명하던 2016년 새해 아침이 어느새 서산에 그믐달 매달리듯 한해의 끝자락에 와있다. 아쉬움과 함께 한줄기 회한(悔恨)이 온몸을 휘감아 솟구치지만,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기에 그나마 마음에 쉼표가 있다.

 올 한해의 역사는 뇌리에 깊이 박혀 쉽게 지울 수 없다.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와 천재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을 시작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린 ‘세기의 대국’이 엄습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아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절대 잘 둘 수 없다고 여긴 영역이다. 이 때문에 이세돌이 완승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알파고는 예상을 뒤엎고 이세돌을 상대로 4승 1패를 거둠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한해로 남았다.

 또한, 전국을 뜨겁게 달군 사회의 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일명 ‘더치페이 시대’를 연 김영란법이 최대 이슈 중의 하나로 꼽는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법안은 애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법 적용 대상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이나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더군다나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9월 경북 경주시 일원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 5.8의 지진은 지난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다. 한반도의 지진 환경이 변화하면서 작은 지진과 큰 지진이 더 자주 발생하고 주기도 짧아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반도가 들끓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마다 핌피(PIMFY), 님비(NIMBY)현상으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중국이 잇따라 보복성 조치를 내놓는 등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므로 사드 배치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기 문란’이 드러나자 일파만파(一波萬波) 촛불이 횃불로 사상 최대 규모로 전국을 뒤덮었다. 국회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고, 청문회, 특검까지 나서 파헤치게 됐다.

 한 해를 한마디로 요약해 본다면 아쉬움뿐이다. 다들 ‘내 탓’이 아닌 ‘네 탓’이라 주장하거나 ‘모로쇠’로 닫아버린다. 누구의 탓이 아니다. ‘모두’가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 유대 전승 탈무드에 보면 “자기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막연히 바라보는 사람,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른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 그들은 불행하다.” 란 말이 있다. ‘나’를 되돌아보는 그런 한해를 마감했으며 한다. 내일은 해가 뜬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위해 떠오른 태양처럼 희망을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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