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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 기자명 나주토픽 기자

묵은해와 새해

  • 입력 2015.12.31 02:07
  • 수정 2016.04.24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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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와 새해

 

 병신년(丙申年)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을미년(乙未年)은 버티기 작전으로 기세 잡으려 하지만 역부족인 듯 연말 추위가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돌이켜보면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일도, 영원히 간직하고 살아가야 할 일이 많았던 한 해였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성완종 리스트는 오간 데 없이 잠적을 감추었고, 인천광역시 영종대교에서 일어난 100중 추돌 사고와 서해대교의 낙뢰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한국인 10대가 터키의 시리아 접경지역을 통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 IS에 가담했다는 보도는 국민에게 불안과 큰 충격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속의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대한민국 한복판에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메르스로 인한 대처능력은 한심스러웠다. 지난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사고 시 정부가 손 놓고 우왕좌왕할 때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기듯 메르스로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정권은 어떤가. 한술 더 떠 권력으로 민주주의 기틀과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뛰어넘어 심지어 국민이 협박당하고 우롱 및 모욕당한 해로 남았다. 권력 때문에 부정을 긍정이라 답하고, 긍정을 부정이라 말한 각료들, 역사 앞에 당당하지 못한 참모들, 소신도 철학도 없는 정치인들이 연말을 더 얼게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회, 정부, 법원 등의 기관이 국민을 대신해 정책 결정과 집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권력을 국회, 정부, 법원의 세 기관이 각각 맡고 있다. 법을 만드는 일은 국회가, 법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일은 정부가, 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원에서 하도록 하고 있고, 세 기관 중 어느 한쪽으로 국가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정권은 노골적으로 협박한다.

 가는 해는 늘 다사다난했고, 오는 해는 항상 기대에 부푼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그렇기에 한 해를 회고하고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얘기할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올해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에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채택됐다. 즉,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망친다는 뜻이다. 현시대를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주변은 어두운데 할 일은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의 대수술이 얼마나 절실히 요구되는지를 보여준다. 민심의 바닥을 관통하는 문제의 핵심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새해는 총선이 벼르고 있다. 산적한 난제를 풀어가기 위한 여론몰이 장인 동시에 변화의 동력을 모으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민이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묵은해의 어둠이 미처 물러가기 전, 새해의 먼동이 터오기에 앞서 서둘러 균열을 아물게 할 처방을 찾아내는 시민의 힘을 기약(期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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