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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나주토픽

멈춰버린 영산강의 시계바늘을 돌려라

  • 입력 2024.01.20 04:00
  • 수정 2024.01.2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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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영산강의 시계바늘을 돌려라

 

김 대 동(전 나주시장)

  영산포(榮山浦) 사람들의 애환이 배어있는 주산(主山), 가야산(伽倻山)에 올랐다. 마치 잠겨있는 듯한 여울같이 보이는 영산강 그 우안(右岸)으로, 우리에게 꿈을 키워주고 영혼을 달래줬으며, 추억을 만들어준 정겨운 등대와 선창 그리고 장승박이, 새끼네, 대박촌, 골모실 등이 자리한 영산포 시가지가 한눈에 잡힐 듯이 들어온다.

영산강 유역 문화권의 중심 포구로 그 화려했던 역사를 간직한 채, 하구언으로 강이 막히고 뱃길이 끊기고 물새들의 날갯짓을 멈추게 한, 인간들의 무지(無知)가 부른 인재(人災)로 인해 영산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멈췄고, 해가 저물기가 무섭게 밤이면 암흑 속의 죽음의 도시로 변한다. 그 찬란했던 영산강의 시계바늘이 멈춘 지 이미 오래지 않은가. 강이 막히면 뱃길이 이어주던 문명도 사라진다.

헤아릴 수 없는 상념에 젖어 한참을 영산강변을 내려다보다가, 석기네 들을 거쳐 온 만봉천(萬峰川)의 하구와 맞닿으며 앙암 바위 쪽으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자리한 널따란 소택지(沼澤地)에 눈길이 멈춘다. 지금은 늪지대로 방치되고 있지만 포구로써 그 가치가 풍부한 이곳을 활용하여 영산포를 살릴 수는 없는 것인가.

강 너머 동북쪽을 바라보면, 그 옛날 조운선(漕運船)으로 개경과 한양으로 실어 갈 세곡(稅穀)을 관리하던 영산창(榮山倉)과 제민창(濟民倉)이 자리했던 안창리, 택촌, 냉산(내영산), 등 영산강을 껴안고 살아온 오래된 옛 마을들이 버려진 듯 졸고 있는데, 그 유명한 창랑정(滄浪亭)에서 택촌, 안창리 앞들까지 강변을 따라 형성된 다소 널따란 들판에 주목하게 된다. 바로 저곳이다! 누군가 저 지역에 영산강의 내륙항(內陸港)을 만들어 대중국과 세계로 향하는 해양시대를 대계(大計)할 전진기지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멈춰 서버린 영산강의 시계바늘을 힘차게 돌게 할 사람은 없을까.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무한한 자연의 보고인 바다와 담을 쌓고는 세계로의 길이 닫혀져 결코 번영과 희망을 바랄 수 없다.

  영산강의 영화를 멈추게 한 원인은 물길을 막아 숨통을 조였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닌 강을 한치 앞도 못 내다보고 순리를 역행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죽게 만든 역사의 현실을 처절하게 느끼고 보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과연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영산강이 자연의 순리대로 흐르지 않고는 나주발전은 있을 수 없다.

  역사이래,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던 강에 이제는 숨결을 되찾아주어 시계바늘이 돌게 해야 한다. 이렇게 영산강에 생존권을 돌려주게 되면 후대, 영산강에 기대어 살게 되는 후손들의 생존권을 지켜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눈을 부릅뜨고 일어서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이 시대 영산강 유역민들의 시대적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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