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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 기자명 나주토픽

혼 동 ( 混 同 )

  • 입력 2023.03.1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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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동 ( 混 同 )

 

   지난 3월 1일 세종시 한 아파트에 일제에 저항해 대한독립을 외친 날을 기념하는 삼일절에 세종시 한 아파트 가구에 태극기 대신 일장기가 내걸려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 일장기는 국민에게 또 다른 상처를 심어주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후 매국을 미화하고 있는 일장기의 추한 주인공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집회에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래 지향'의 해법을 내세운 ’강제동원 제3자 지급‘ 발언 이후 나온 광적인 매국 행위이다. 나라를 잃은 대한민국 국민의 비폭력 평화운동 즉, 고귀한 선열들이 남겨준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여지없이 망가뜨린 것이다.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히노마루(일장기)를 게양한 집의 처”라고 자신을 소개한 일장기 주인공 부인은 인터넷에 비난한 네티즌을 고발했고 ’당연한 고소 사건이라‘라고 받아들이고 수사에 나서겠다는 대한민국 경찰의 태도였다.

  이번 사건 역시 지도자 한 사람이 주는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공감형성 없는 일방적인 사이비 정책은 결코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없다. "104년 전 3.1 만세운동은 기미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 헌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었다"라는 정의가 국민의 표를 얻어 집권한 지도자가 독립운동을 폄하하며 '누구로부터 독립'이라는 정체성은 쏙 빼놓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이라고 추상화해버린 연설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암담하기만 하다. 대다수 국민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두고 여야는 '미래지향적 對 매국노 사상'이라는 주제로 정쟁에 여념이 없다.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말에 앞서 정쟁에만 눈이 어둡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3.1절 대통령의 기념사에서 '3·1 독립운동'은 만세운동으로 격하했고, 가장 핵심인 '일본으로부터 독립'인가를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은 분통이 터지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하거나 겨냥한 대목이 한 곳도 없었다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오직 우리가 잘못해서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을 받은 것을 얘기할 뿐, 일본의 야만적 침략주의에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는 것이다. 여론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3, 1절을 기념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행정수도에 세워진 세종특별시 한복판 아파트에 내걸린 일장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일장기의 주인공 또한 연설문에 감동하여 글을 올리게 되었다는 증언은 지도자의 한마디가 역사관에 혼동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5분 30초에 읽힌 달랑 1,022자로 마감한 3, 1절 기념사는 많은 시사점을 남겨주기도 했다. 글자 수가 적다고 해서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내용이 국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릴 정도 굴욕스럽고 수용하기 힘들다. 국가 침탈이 우리 민족의 잘못이고 3·1절 독립운동 그리고 치욕적인 위안부 동원 모든 역사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버젓이 나서도 제지하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말살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매국노 이완용은 어느 날 갑자기 일제의 앞잡이로 국권 헌납에 앞장섰다. 일제 치하 일본에 충성했던 자녀가 국가 요직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자체가 공포 그대로다. 일제 36년 침탈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며 굴욕적인 자세를 조롱하는 일본의 협력 파트너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두려운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의 자존심을 역행하는 정치 행위는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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