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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나주토픽

기다려 보라!

  • 입력 2023.02.1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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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보라!

 

 조영만(수의사)
 조영만(수의사)

 인생은 순간의 영속에서 ‘선택된 운명’인가? 아니면 ‘선택하는 운명’인가?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그리고 과연 나는 어떠한 운명으로 살고 있을까도 한번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선택된 운명’이란 부모에 의하여 이미 결정된 사주팔자의 멍에를 쓰고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선택하는 운명’이란 사주팔자와는 아무런 관계하지 아니하고 살아가면서 자기가 자기의 운명을 선택하여 결정하고 개척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름 매미 중 미국 중서부에는 17년째 땅속에서 꿈틀대던 매미 떼가 땅 위로 나오는 ‘17년 매미’는 한 달 정도 살다 생을 마감한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데 적당한 나뭇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그 속에 알을 낳으면, 몇 주일 지나 알은 애벌레로 부화한 뒤 먹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와 땅속 40cm 정도에 구멍을 파고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나무뿌리의 액을 빨아 먹으면서 오랫동안 애벌레로 지낸 매미의 운명을 선택된 운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자라면 결혼도 하여 아이를 낳고 하는 것은 보통일 진데, 그러나 결혼을 할 수가 없는 사주라면 그 여자가 결혼이라고 할라치면 어떤 이유에서라도 성립이 되지 않는데, 그런데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았으나 호적에는 부(父)의 이름은 없고 모(母)의 이름만 기록되었다면 이 운명 또한 선택된 운명이라 하면 안될까?

  70세까지 관직에는 나가지 않고 공부만 했던 강태공이 집 근처 위수 강변에서 낚시를 하던 중 그 근처에서 사냥을 하던 훗날 주나라 문왕인 서백(西伯) 창(昌)의 눈에 띠어 중용된다. 나중에 성공하고 개선하는 그의 앞에 과거 도망갔던 그의 아내가 폭삭 늙어서 돌아와 받아달라고 엎드리자 그는 그릇에 담긴 물을 바닥에 쏟은 후 "엎어진 물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覆水不反盆)"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 가정 살림은 뒤로 하고 곧은 바늘(直鉤) 낚시는 세상을 다스릴 인재가 때를 기다렸다고 하는 그것은, 그가 선택하고자 했던 운명이었을까?

또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으려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일 무서운 줄 모르고 닥치는데로 일을 선택하면서 열심히 살지만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다 어깨 한 번 펴보지 못하고 떠나는 인생도 그에게 지워진 가혹한 선택된 운명이었을까?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에선가 어떤 일을 선택하더니 성공하였다면 이것은 선택하는 운명 때문일까? 커다란 재난이나 전쟁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 모두가 거기서 그 시각에 죽을 운명은 선택된 운명일까?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은 선택하는 운명에 속할까?

  우리는 각자에게 지워진 운명의 굴레에서 갖가지 불행에 시달리면서도 희망만은 간직하게 되었다고 하는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를 열려한다. 그러나 자기 눈앞에 놓여있는 눈썹은 보지 못하는 것처럼 한 시각 앞일 즉 행일지 불행일지를 모른다.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바람 즉 그 희망이라는 야무진 기대가 있기에 그것을 향하여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에게 선택된 운명이었든 아니면 자기가 선택하는 운명이었든 상관하지 않고 내일을 잡으러 또 나아간다. 물론 좌절도 있고, 고통도 있으면서 또 한편으론 행복도 있으면서 ...

  누구나 내일을 모른다. 그러나 기다림은 알기에 기다리게 된다. 격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말이다. 그것은 기다림이다. 기다려보라. 그러면 그 어떤 결과라도 반드시 나타나리라. 그리고 그 크기는 행동의 산물이 될 게다. 그것이 선택하는 운명이다. 기다림을 가장 잘 표현한 성경 욥기 8장 7절 “네 시작은 미미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And though thy beginning was small, Yet thy latter end would greatly increase.)”를 되새겨 보며, 그러하니 기다리기 이전에 먼저 시작하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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