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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 눈
  • 기자명 나주토픽

일어나선 안될 대형참사  (1) 행정조직의 무사안일

  • 입력 2022.11.12 02:49
  • 수정 2022.11.12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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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선 안될 대형참사  (1) 행정조직의 무사안일

  1) 행정조직의 무사안일 결과가 만든 대형참사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대형참사 사건이 발생했다. 축제에 대한 기대가 공포의 시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H 신문사에서는 '즐거워 보려고 한 것이 잘못일까. 어안이 벙벙한 젊음들은 그날 밤 오래도록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맴돌았다. 욕지기를 참지 못해 술을 토하는 소리와 간간이 흐느끼는 울음이 귀를 건드렸다. 취재 메모를 정리하러 들른 건물 지하에서 몸을 움츠린 채 아침을 기다리는 어린 생존자들을 마주쳤다. “그냥 놀러 온 건데….” 그들은 전화를 잡고 하소연하듯 눈물을 쏟아냈다. 가지 않는 밤이 그들에겐 공포였다.'라고 기대했던 축제가 공포의 시간으로 바뀐 현장을 표현했다.

흔히 우리가 원하지 않는 재난과 사고는 대부분 부주의나 안일한 생각, 작은 실수 등에서 발생이 된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초대한 대형참사'에서 모든 참사는 인재(人災)라는 것을 지적하며 '어떤 사고도 누적된 요인이 더해져서 일어나고 사소한 시스템의 균열이 참사로 이어진다'라고 말한다.

무의식적인 습관이나 작은 인식 차이의 부주의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실수나 탐욕, 반성하지 않는 오만, 실수를 감추려는 거짓도 참사의 요인이다. '설마 괜찮겠지'라며 고장의 전조를 무시하고, 관료적 사고로 기술적 경고를 묵살한 것도 비극을 불러온다.

이태원 참사가 인재라는 결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오직 정쟁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염치없게도 '이태원 참사는 일선 경찰들과 참사당한 고인들의 행사 참여가 원인이다'라며 일선 공무원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책임 전가를 시도하고 있다. 여당의 행태에 비호감이 더해진다는 여론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대형참사가 수시로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과 결과는 대동소이한 끝맺음으로 이어져 안타까움은 더해진다. 주도면밀한 진단 조사로 철저한 예방 대안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5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핼러윈 행사에 대해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재난안전혁신센터장 권설아 박사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미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재난예방책을 수립했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은 사고가 나기 전부터 이미 아수라장 상태로 전해졌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빠져나와 골목길을 올라가려는 사람들과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오도 가도 못한 상태가 된 것이다. 성인 5~6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폭 4m 내외의 좁은 골목길에 수백 명의 사람이 1시간 반 동안 움직일 수 없었고, 결국 압사 사고로 이어졌다. 권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지자체장은 재난관리의 책임기관이기 때문에 지자체장 주재로 기본 업무를 계획해야 했다"라면서 "참사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지자체의 대응 부족"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용산구 지형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파가 많이 몰릴 경우 발생할 피해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잘 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축제, 대규모집회, 놀이공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매뉴얼은 2006년 소방청에서 이미 마련해놨다"면서 "그런데 지자체는 이 매뉴얼에 적혀있는 최소한의 위기관리방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핼러윈 축제가 열린 이태원 골목은 압사 사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용산구청은 통행을 정리하는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2018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매뉴얼'의 개발배경을 보면 2005년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MBC 가요콘서트 압사 사고와 2006년 서울 롯데월드 무료놀이동산 개방행사에서 많은 인파가 다치는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했다. 소방청,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대학교수, 문화예술 전문가 등과 함께 매뉴얼 개발을 했는데 이태원 압사 사고는 막지 못했다.                        <나주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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