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은 묻습니다. 당신의 삶은 어떤 색깔로 익어가고 있나요?

늦가을은 묻습니다.

당신의 삶은 어떤 색깔로 익어가고 있나요?

   가을이 깊어지면 산과 들은 조용한 변화의 과정을 드러냅니다. 한여름에 모두가 푸르던 잎들은 계절이 옮겨갈수록 저마다 다른 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어떤 잎은 붉은 기운을 머금으며 강렬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어떤 잎은 황금빛으로 성숙을 보여줍니다. 반면, 충분한 햇살을 받지 못한 잎은 검게 변해 떨어질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같은 시간을 견뎌 온 잎들이지만, 가을에 드러나는 색깔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득 우리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고 힘차던 시절에는 누구나 자신이 가장 푸르게 빛난다고 느낍니다. 조직에서 인정받고, 사회에서 역할을 부여받으며 부와 성취를 쌓아갈 때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푸른 잎과 같이 빛납니다. 열심히 살아가며, 이른바 "잘나가는 시절"을 통과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진짜 색깔은 전성기 그 시절이 아니라, 그 이후에 나타납니다. 늦가을 단풍이 한여름의 초록보다 더 강렬하고 깊은 색을 내듯이, 사람도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본래 빛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권력이나 명예가 사라지는 순간, 사람의 태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분은 오히려 더 겸손해지시고, 더욱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십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삶은 늦가을 단풍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운 빛을 띱니다.

   그와 반대로, 전성기의 화려함을 내려놓지 못하고 과거의 높이에 머물려는 분들도 계십니다.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빼앗고, 점차 빛을 잃어가는 단풍처럼 어두운 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외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나간 명성에만 머무르며 스스로를 가두는 모습은 결국 인생의 가을을 더욱 침전하게 만듭니다.

   단풍의 색이 제각각 다른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한 잎의 빛깔은 봄의 생장, 여름의 성장, 가을의 성숙이라는 긴 시간의 총합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인생 역시 짧은 전성기의 빛이 아니라, 그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온 태도·관계·인격이 결국 본인의 색을 완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색으로 남게 될까?”

   모두가 푸르렀던 시절에는 모두가 푸르기에 서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는 따뜻한 붉은 빛으로 익어가고, 누군가는 가볍게 흩날리는 색으로 사라지며, 또 누군가는 무거운 빛으로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결국 인생의 품격은 그 마지막 색깔에서 드러납니다. 가을 단풍은 말없이 우리의 인생을 비춰줍니다. 전성기의 초록은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인생의 가을빛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늦가을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삶은 어떤 색깔로 익어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