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다수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2025-11-26     나주토픽

선한 다수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신동운(발행인)

   창간 12주년을 맞는 나주토픽은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스스로를 바로 잡습니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도 피하지 않고, 때로는 외로운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애써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무엇보다도 한 호, 한 줄마다 신문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꾸지람과 격려가 있었기에, 저희는 비틀리지 않으려 애쓰는 펜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진솔한 마음실어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길을 건너는 노인을 살피는 청년, 자신의 실수에 “괜찮다”고 먼저 말하는 시민, 떨어진 지갑을 끝까지 찾아 돌려주는 이름 모를 이웃들…. 이 익명의 선함이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의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이들 선한 다수가 아니라, 소수의 이기심과 탐욕입니다. 전화 한 통으로 노인의 전 재산을 빼앗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그 피해를 감추고 홀로 눈물을 삼키는 노부모의 떨리는 손, “괜히 자식들에게 짐만 된다”며 신고조차 망설이는 이야기를 취재 현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기자의 눈시울도 뜨거워집니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시작된 갈등이 욕설과 폭력으로 번져 한 동네, 한 건물 안에서 서로를 경계의 눈빛으로만 바라보는 현실도 낯설지 않습니다. 서로의 아이들 이름을 먼저 불러주던 이웃이, 이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을 피합니다. “괜히 말 섞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공동체의 언어를 잘라내고 있습니다. 직장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직하게 일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원칙을 지키던 사람이 “왜 너만 유난을 떠느냐”는 핀잔을 듣습니다. 내부 비리를 제보한 직원이 오히려 따돌림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제보, 학급에서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엄마, 나 그냥 조용히 전학 가면 안 돼?”라고 말하던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을 때, ‘정의’라는 말이 얼마나 가볍게 소비되어 왔는지 부끄러워집니다.

   더 마음 아픈 장면은, 이런 일을 겪고도 여전히 “그래도 사람을 믿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피해자들입니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노인이 통장을 모두 털린 뒤에도, 그를 속인 사람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 허공만 바라보며 “나 같은 사람 또 안 나오게만 해주시오”라고 당부할 때, 우리는 쉽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그래도… 다 그런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세상에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은, 소수의 악의와 무책임이 만들어낸 사건들로 얼룩져 있습니다. 믿고 맡긴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고, 맡긴 돈을 들고 도망간 동업자, “괜찮다”며 서류에 도장을 받더니 나중에 발뺌하는 관계들…. 이렇게 한두 번씩 뒤통수를 맞고 나면, 자연스레 우리는 서로를 의심하는 법부터 배워버립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슬픈 얼굴입니다. 선한 다수는 조용히 참고, 소수의 악행이 신뢰와 정의를 무너뜨리며, 결국 모두가 서로를 불신하는 세상.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착하게 살아도 소용없다”는 체념만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창간 12주년을 맞은 오늘 지금까지 못했던 선한 다수의 침묵을 대신해 쓰는 펜이 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고, 누군가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정론직필을 표방한 언론의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