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민이 ‘인공태양’ 유치의 주인이어야 하는 이유

2025-11-14     나주토픽

나주시민이 ‘인공태양’ 유치의 주인이어야 하는 이유

 

신동운(발행인)

   지난 4일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나주시민추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 행사는 단순한 행사 보고가 아니다. 에너지 수도를 향한 나주의 다음 30년을 시민의 손으로 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핵융합은 바닷물의 수소로 막대한 전기를 만들어내는 궁극의 무탄소 기술이며, 폭발 위험이 낮고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다. 탄소중립·에너지 안보·산업전환을 한 번에 해결할 열쇠가 지금 우리 도시를 두드리고 있다. 그 열쇠를 돌릴 주체도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 결정의 주인, 이익의 수혜자, 위험 소통의 감독자 모두 시민이기 때문이다.

   나주는 이미 준비된 도시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와 한국전력, 축적된 산·학·연 인프라는 연구개발과 실증을 동시에 품을 그릇이다. 넓고 견고한 부지, 풍부한 용수, 전국 전력망과의 뛰어난 연계성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당당하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결집은 행정의 한계를 보완하는 실질적 추진력이다. 부지 선정·인허가·안전 소통의 속도는 지역 합의에서 나온다. 오늘의 신속한 합의가 내일의 예산을 앞당기고, 모레의 기업 투자를 끌어온다. 특히 지역 대학·고교와 연계한 핵융합 인력양성 트랙, 기업 맞춤형 실습·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서둘러 가동하면 유치 명분은 더 단단해진다.

   경제적 파급도 분명하다. 1조 2천억 원 투입은 출발 신호에 불과하다. 2050년까지 관련 기업 200개, 양질의 일자리 1만 개가 현실화되면,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돌아오는 도시가 된다. 임대료로 버티는 상권이 아니라 연구·제조·서비스가 얽힌 ‘지식기반 일자리’가 지역 소득 구조를 바꾼다. 아이들이 꿈을 접지 않아도 되는 도시, 부모 세대가 재도전할 수 있는 도시-그 길의 첫 단추가 바로 인공태양 유치다. 더 나아가 청년 주거·교통·보육 패키지를 미리 설계해 “일자리-정주-문화”가 선순환하도록 해야 투자와 인재가 눌러앉는다.

   시민이 앞장서야 하는 더 근본적 이유는 미래 서사의 주도권 때문이다. 인공태양은 시설 하나가 아니라 교육·문화·도시 이미지를 재편하는 거대 서사다. 추진위의 서명운동, 안전설명회, 대학·기업 연계 공론장, 지역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동시에 굴러가야 외부의 투자와 신뢰가 따라온다. 특히 안전·환경은 선제적 공개가 답이다. 방사선·폐기물·비상대응의 데이터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시민이 설계·감시하면 ‘정보 비대칭’은 사라진다. 생활권 소통센터를 설치하고, 분기별 공개점검과 주민참여 평가를 제도화하면 안전은 약속이 아니라 운영이 된다. 그 순간 유치는 “누가 정했는지 모를 결정”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합의”가 된다.

   정치와 행정은 레일을 깔고, 전문가는 기술을 설계한다. 그러나 열차를 움직이는 동력은 시민의 참여다. 오늘의 결집은 내일의 예산을 부르고, 내일의 예산은 모레의 기업을 부른다. 나주가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의 시험장이자 성공 모델이 되느냐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관객의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올라서자. 지금 서명하고, 지금 토론장에 가서 질문하고, 지금 이웃에게 알리자. 지역 상공인·청년·학부모가 함께 ‘상생협약’을 맺고, 학교·기업·지자체가 장학·인턴·채용의 닻을 내릴 때, 인공태양은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시작시킨 현재형 프로젝트가 된다. 시작 버튼은 이미 눈앞에 있다. 이제 나주시민이 그 버튼을 힘 있게 눌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