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결국, 일 잘하는 머슴을 사랑한다

2025-10-23     나주토픽

주인은 결국, 일 잘하는 머슴을 사랑한다

 

신동운(발행인)

   2025 나주영산강축제가 막을 내린 뒤에도 강변의 환한 불빛처럼 시민들의 마음엔 오래 남을 여운이 깃들었다. 낮에는 가족의 웃음이 물결처럼 번졌고, 밤에는 청년의 함성에 강바람이 떨렸다. 이번 축제는 단지 흥겨운 5일의 잔치가 아니었다. ‘영산강 국가정원 유치’라는 분명한 목적을 향해 도시의 의지와 품격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시민들이 “이번엔 정말 달랐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알았다. 행정이 머슴의 마음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을.

   영산강 축제 이전 우리의 축제는 가끔 보여주기에 머물렀다. 지역을 나눠 선심 쓰듯 배치된 무대, 정작 시민의 생활은 외면한 채 숫자만 채우던 관행, 흩어져 버린 예산과 희미해진 자부심. 그러나 올해 나주의 출발선은 달랐다. 기획은 시민의 언어로 쓰였고, 운영은 시민의 발걸음에 맞춰 조정되었으며, 결과는 시민의 참여로 빛났다. 교통 동선은 단출했고, 수유실과 그늘막은 충분했으며, 쓰레기 대신 칭찬이 현장을 메웠다. 축제가 끝난 자리까지 깨끗이 비워 둔 배려는 도시의 품격 그 자체였다.

무대의 결은 더욱 섬세했다. 시립합창단과 국악단이 지역의 뿌리를 단단히 붙들어 주고, K-POP 콘서트가 새로운 세대의 심장을 박동치게 했다. 아이들은 체험부스에서 작은 성공을 배우고, 어르신들은 쉬어갈 의자에서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무장애 동선, 촘촘한 안전관리, 질서정연한 자원봉사단은 대도시 못지않은 완성도를 증명했다. 치장은 줄이고 안전을 더했으며, 홍보는 절제하고 운영에 힘을 모았다. 공을 나누기 전에 책임을 함께 지는 태도, 그것이 시민을 감동시킨 결정적 차이였다.

   역사는 늘 말보다 행동이 앞선 머슴을 기억한다. 주인은 충직하고 유능한 머슴을 사랑한다. 오늘의 시민도 다르지 않다. 표를 부탁하기 전에 불편을 먼저 묻고, 성과를 자랑하기 전에 책임부터 살피는 리더를 원한다. “이번 시장은 일을 한다”라는 평가는 호의가 아니라 체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 쌓이고, 그 신뢰가 다음 과제의 문을 연다. 지금 나주는 전환점에 서 있다.   천년 고도의 전통 위에 생태와 과학, 문화와 산업이 겹겹이 올라설 차례다. ‘영산강 국가정원 유치’와 ‘인공태양 설립’ 등 굵직한 사업은 도시의 운명을 가를 대형 과제다. 이번 축제의 성공은 그 목표를 향해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신호탄이었다. 시민이 원칙을 세우는 주인이 되고, 행정이 실천을 맡는 머슴이 될 때, 나주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향해 단단히 전진한다.

결국 진리는 단순하다. 이번 축제를 통해 시민들은 한 가지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머슴이 일을 잘하면 주인은 행복하다.” 나주는 2000년의 역사와 1000년 고도의 전통을 지닌 도시다. 영산강, 나주배, 목사고을이라는 자랑스러운 유산 위에 새로운 미래를 세워가야 한다. 시민이 주인이라면, 머슴은 그 뜻을 받들어 나주를 대한민국의 중심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영산강 국가정원 유치’와 ‘인공태양 설립’ 같은 대형 국가사업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나주는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번 축제의 성공은 단순한 행사 성과가 아니라, 나주의 미래를 열어갈 신뢰의 기반이다. 시민이 머슴을 믿고, 머슴이 시민을 위해 일할 때, 그때 비로소 진짜 ‘행복한 나주’가 완성된다. 주인은 결국, 일 잘하는 머슴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