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없는 문화는 뿌리를 잃는다
청년 없는 문화는 뿌리를 잃는다
나주는 예로부터 문화와 역사의 도시로 불려왔다.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축제와 마을행사, 그리고 나주문화원과 나주정미소 등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이 도시의 자랑이자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 속에서도 허전함이 느껴진다. 정작 도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년층의 모습이 드물게 보인다는 점이다.청년 없는 문화는 뿌리를 잃는다, 즉, 청년의 참여 없는 문화는 활력을 잃고 결국 세대 단절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주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의 목소리와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청년이 사라진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심각하다. 첫째, 나주는 급속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전체 인구 약 12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중장년층 이상이고, 혁신도시 약 4만 명을 포함해도 청년층 비중은 낮다. 둘째, 청년이 지역에 머물 유인이 부족하다. 안정된 일자리와 자기계발의 기회가 제한적이다 보니 많은 청년들이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외지로 떠난다. 그 결과, 지역의 문화 행사 또한 중장년층 위주로 기획·운영되며, 청년은 손님일 뿐 주인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졌다. 청년의 상상력과 에너지가 지역 속으로 스며들 기회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다른 도시의 성공 사례가 주는 교훈을 살펴보면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청년 참여를 도시 재생과 문화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청년 예술제, 청소년 음악제, 청년 창업과 연계된 문화축제 등은 젊은 감각을 불어넣으며 지역 전체의 활력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은 전통과 경험을 나누고, 청년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태며 세대 간 어울림을 완성한다. 예컨대 전북 전주의 청년몰 프로젝트나 강릉의 청년예술촌은 도시 활력을 이끄는 대표 사례다. 나주 또한 고령층이 간직한 전통문화와 청년층의 창의력이 만날 때,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 나주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청년이 떠나는 현실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우선, 지역 안에서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과 연계해 청년 인턴십, 스타트업 지원, 문화 기획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청년은 더 이상 외지에서 기회를 찾을 필요가 없다. 또한 주거와 여가,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청년이 생활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 전용 문화공간과 창작 스튜디오, 청년 주거 지원책은 기본적인 발판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세대 간 협력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어르신은 경험을 나누며 진정한 ‘세대 공존의 문화’를 이끌 수 있다.
나주의 미래는 청년에게 달려 있다. 아무리 찬란한 역사와 전통이 있어도 청년이 머물지 않는 도시에는 내일이 없다. 청년이 떠나는 현실을 방관한다면 나주는 인구 12만 명 도시의 위상을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 꿈꾸고 싶은 도시로 변모한다면 나주는 문화와 경제 모두에서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다. 청년의 눈물이 희망으로, 청년의 좌절이 도전으로 바뀔 때 나주는 다시 활력을 얻는다. “청년이 곧 미래이고, 미래가 곧 나주다”라는 감동의 문구를 가슴에 새기며, 지금이야말로 청년을 위한 진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