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도심의 시간, 그러나 결정의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시민의 눈<211>
되돌릴 수 없는 도심의 시간, 그러나 결정의 방식은 바꿀 수 있다
도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겹겹이 쌓이는 삶의 터전이다. 행정의 작은 판단 하나가 수십 년 후에는 거대한 비용과 갈등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나주의 금남동 행정복지센터 철거 문제, 빗나간 행정이 남긴 나주배테마파크 전환 사례, 시민을 배려하지 않은 SRF열병합발전소 갈등은 모두 행정의 착오가 남긴 값비싼 교훈을 사례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보을 뒤돌아 보며 미래를 위한 자성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흘렀지만, 행정의 결정 방식만은 바꿀 수 있다.'라는 의미를 담아본다.
▶ 금성관 앞 행정복지센터, 이중 부담을 남기다
금성관은 조선 최대 객사로 나주 원도심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앞에 들어선 금남동 행정복지센터는 역사경관을 가로막는 건물이 되었다. 이 입지 자체는 일제강점기 도시구조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미 금성관과 목관아 복원 정비계획이 세워진 뒤에도 니주시는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재정비 하는 데 수십억 원을 투입했다.
곧바로 철거해야할 시설에 예산을 집행했고 또다시 철거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했다. 시설 비용과 철거비만 수십 억 원이 소요됐다. 시민 세금이 두 번 쓰인 것이다. 계획을 알면서도 단기적 행정 편의를 앞세운 결정이 시민에게 이중 부담을 안긴 대표적 사례다.
▶ 나주배테마파크, 실패한 관광시설의 전환
지역 특산물인 ‘배’를 관광자원화하겠다며 조성된 나주배테마파크는 처음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체험 콘텐츠 부족, 마케팅 미흡으로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운영 부진에 빠졌다. 결국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고, 현재는 시청 별관으로 전환돼 행정업무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흉물로 방치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는 본래 취지의 실패를 행정 공간으로 ‘수습’한 사례일 뿐이다. 사전 시장성 검토와 장기 운영 전략이 충분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행정 착오였다.
▶ SRF열병합발전소, 주민 합의 없는 정책의 대가
에너지 자립을 명분으로 추진된 SRF열병합발전소는 나주에서 가장 큰 사회적 갈등을 낳았다. 환경과 건강 문제를 둘러싼 주민 반발은 수년간 이어졌고, 가동 여부를 두고 법적·행정적 논란이 반복됐다.
결국 사업은 지연되며 행정비용과 사회적 갈등 비용만 늘어났다. 이는 주민 합의 없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설명과 공론화, 안전성 검증이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갈등이었다.
▶ 공통의 문제, 그리고 값비싼 교훈
세 가지 사례는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의 문제를 드러낸다. 사전 검토의 부재·역사경관 영향, 시장성·지속성, 환경·안전성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
단기 성과 중심 행정 ·주민 편의와 단기 치적에 집중하다가 장기적 비용을 외면했다.
이중 부담과 갈등의 비용·청사 신축·철거의 이중 비용, 관광시설의 전환 비용, 발전소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 모두 시민이 감당해야 했다.
▶ 행정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훈을 되새기고, 행정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 총생애 비용(TCO) 관리: 건립·운영·철거까지 전 과정을 예측해 공개해야 한다.
○ 중장기 계획 준수: 이미 수립된 정비계획을 무시한 단기 대응은 중복 비용만 낳는다.
○ 시민 공론화 제도화: SRF 갈등처럼 합의 없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주민 참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 도시 비전 속 개별 사업: 각 사업은 도시 전체의 큰 그림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 더 비싼 실수를 막기 위하여
금남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변 시설, 나주배테마파크, SRF열병합발전소 등은 이미 과거의 선택이 남긴 결과다. 그러나 이 값비싼 교훈을 외면한다면, 더 큰 실수가 반복될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도심의 시간, 그러나 결정의 방식은 바꿀 수 있다. 많은 개혁에 힘을 싣고 있는 민선8기 나주시도 이제라도 행정의 방식의 문제점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
시민 세금을 두 번 쓰게 하는 이중 부담, 합의 없는 정책이 낳는 갈등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이 교훈을 방지책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나주의 새로운 약속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