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2025-08-14     나주토픽

언제부턴가...?

 

조영만(수의사)

    항상 그러할 줄로만 생각하고 그냥 있었는 것 같은데 27,000번의 아침이 오고 저녁이 가면서, 이제는 백발만이 모두를 대변하더니, 느는 것은 약뿐이요, 갈 곳은 한 군데 뿐이라. 애달프다! 지난 세월,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그냥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고 지나쳐버린 시간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지나치듯 잊혀지고 묻혀 가더니, 또 누군가 새로움으로 살포시 다가오더니만 지나가고 또 다가오더니 그렇게 지나가더라. 그러면서 물처럼 자꾸 흘러가는 새날 속에서 이제는 서서히 사회의 뒤편으로 밀리면서 점점 좁혀오는 주위의 시각들이 무섭기는 하여도 그래도 오늘을 그저 그렇게라도 아무런 의미없이 살고 있음이 안타깝다 생각은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이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 여기며 지루한 시간 위에 몸을 실어보더라. 카톡이 울리고 문자에 실린 안타까움에서 가까운 이들이 벌써 주민등록을 옮기고 있어 점쟁이가 95살까지 살것다 하나 혼자라는 것이 실감되더라. 저녁에 잠들려 뒤척이면서 내일도 오늘처럼 일어날까 걱정 아닌 걱정이 들 때도 기우라고 치부하기에는 안도의 미소로 눈을 떠 아침에 살아있음에 감사를 하더이다. 그러면서 이승의 마지막 순간은 어떠할까 아무리 그려보아도 모르겠더니,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임종 직전의 “조병만”옹의 생생한 모습이 그게 본 모습일 거라 여겨지더라. 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보여준 이승에서의 마지막 그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을 진솔한 생의 끈은 아닐까?

   백만송이 장미가 아무리 예뻐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지만, 남자의 첫사랑은 그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더라. 인생이라고 시작되면서 품게 되는 첫사랑이라는 씨앗은 영원히 싹을 틔우지는 못할지라도 썩어지지 않는 한 알의 밀알로 남게 되더라. 이것이 솔직하게 사랑이었던가? 마지막 사랑은 현실에서 찾는 사랑이라면 첫사랑은 가슴속에서 추억으로 찾아야하는 것이더라. 첫사랑은 잊어라지만, 잊을라치면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그 무엇으로 현실과 추억속에서 갈등하게 되더이라. 순간순간 가끔가끔 생각이 살아날 때면 생각은 잊어라 하지만 피어나는 연민은 다시 추억으로 다시 가고 있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그녀를 알아 다시 만났음이더니, 그 벅참은 아주 크더라. 꿈에도 그리던 님을 다시 만나는 그 순간은 처음같은 그 감정과 전혀 다름이 없더라. 그녀를 안았을 때는 더욱 더 그러하더라. 그리워하고 항상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을 사랑이라 하던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두 가지는 그 첫 번째가 살아있음이더라. 죽음이란 모든 것의 끝이려니, 살아 있음은 역사의 이음이더라. 나훈아는 노래 ‘테스 형!’에서 “그저 와버린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마는 내일이 두렵다”라고 했다. 그건 죽음이라는 강한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생과 사의 역사에는 사육신과 생육신이 있더라. 박팽년, 성삼문,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등 6명은 사육신으로 후에 충신이라 칭하였으며, 생육신은 김시습, 원호, 이맹전, 조려, 성담수, 남효온 등 6명을 신하라 하고 있으나, 죽는 충과 사는 충 어느 쪽이 더 충이었을까는 좀 더 고심해보아야 하더라. 둘 째는 아내라는 그 위대한 이름의 중요를 알아야 함이더라. 여자라는 신분에서 결혼이라는 요식행위를 거치면서 아내라 승격하게 되는바, 아내라는 자리는 평생 짊어져야할 멍에이어서 대부분 남편들은 아내라는 자리는 자기의 철저한 소유라고 편견하더라. 이는 조선시대에서 오는 관습에서 탈피하지 못한 결과물이 아닌가 하느니, 그 근본이 ‘칠거지악’ 등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아내는 그 이름에 채워진 족쇄를 마다하지 않고 자기의 인생을 포기하고서라도 지키려는 것이 자식도 있지만 남편도 거기에 있더라. 3년 전 대장암 수술을 하고 병실에 누워 있을 때 문득 마지막까지 누가 곁에 있어줄 것인가가 생각하게 되더니, 그때 나를 마지막까지 지키고 갈 사람은 아내뿐이라고 간병하다 간이침대에서 쪼그려 잠든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음이 있더라. 그것이 함께 가는 인생에서 보여 준 아내의 본 모습이더라. 자식도 형제도 그 누구도 멀리 있는 사람이지만 아내만은 언제나 늘 옆에서 잔소리 하면서 그 잔소리로 지키고 있더라. 그래서 아내를 무촌이라 하는가? 그런 아내의 고마움을 잊지 말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