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학생 수 증가, '고교 특성화에서 찾은 해법, 나주의 선택은?
시민의 눈<211>
인구 감소→ 학생 수 증가, '고교 특성화에서 찾은 해법, 나주의 선택은?
전국적인 저출산 기조 속에서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도시마다 폐교 위기와 청년 유출, 고령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지역도 있다.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는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수가 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고교 특성화’라는 과감한 교육 전략이 있다. 고교 특성화는 단순한 교과 과정 개편이 아니다. 지역의 산업 구조와 미래 발전 방향에 맞춰 고등학교의 정체성과 교육 내용을 재설계하고, 진로와 취업, 진학까지 연계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경북 구미의 전자공고는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분야에 특화되어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역 학생뿐 아니라 외부 유입까지 이끌어내며, 폐교 위기에서 오히려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경북의 사례는 나주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나주 역시 전국적 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도 인구가 증가한 드문 도시다. 빛가람혁신도시의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 에너지산업 중심지로의 전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에 따라 고등학교 학생 수 또한 일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반등의 기회를 가졌다. 부족하지만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의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교육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 경북 사례가 보여준 교육의 힘
경북은 최근 몇 년간 도 차원에서 고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진로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했다. 단순한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산업과 연계된 실무형, 융합형 인재 양성을 지향하며 고교의 경쟁력을 높였다. 예를 들어, 구미전자공고는 반도체와 스마트팩토리 분야에 특화되어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리고 있으며, 경산의 경북기계금속고는 졸업생 다수가 대기업 및 공기업에 바로 취업할 정도로 기술 기반 고교 교육의 모델이 되었다. 이러한 학교들은 지역 내 중학교 졸업생뿐만 아니라 타지역 학생들의 유입까지 견인하면서, 도심 외곽이나 농촌지역 학교의 소멸 위기를 되돌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육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과 가족의 유입, 교직원의 증원, 지역 상권의 재편 등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진리를 경북이 직접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 나주시의 현황과 기회
나주시도 혁신도시 설립이후 인구 증가라는 희소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 에너지 산업 거점으로서의 위상 강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학생 수 증가나 지역 활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자녀 교육에 대한 신뢰와 매력적인 학교 선택지가 필수적이지만 욕구를 충족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나주에는 일반고인 나주고, 봉황고, 금성고, 영산고, 남평고를 비롯해 직업계고인 나주공업고와 나주상업고 등이 있다. 이들 학교는 나름대로의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국적 유입을 끌어들일 만큼 특화된 브랜딩과 혁신 전략이 절실하다. 일부 학교는 지역산업과 연계한 실습 교육을 도입하고 있으나, 전국 단위 경쟁력을 갖춘 특성화 모델로 발전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특히 나주는 '에너지수도'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교육과 에너지산업의 연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제 나주시는 교육을 지역 경쟁력 강화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나주의 고교 특성화가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산업 연계형 교육과정 도입과 학교별 정체성 확립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와의 협업을 통해 에너지, 전력반도체, 탄소중립 관련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관련 기업들과의 산학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고교 단계부터 실무능력을 키우는 교육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정주 여건 개선과 교육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우수한 교육과정이 있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이주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기숙사 확대, 청소년 문화 공간 조성, 돌봄 인프라 강화 등 가족 단위 유입을 위한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 셋째, 전국 단위 모집체계 활성화와 교육청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특성화고는 전국 단위 모집이 가능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브랜드 구축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나주공고, 나주상고 등은 전문성과 지역 산업 연계성을 강화해 외부 학생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와 학교 간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하다. 마을교육공동체, 지역 기업, 지자체가 함께하는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 ‘학교가 지역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넓혀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을, 지역에는 인재라는 자산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이제 나주시도 경쟁력 있는 교육을 통해 지역을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자,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경북의 사례가 증명했듯, 나주가 이 흐름을 선도할 수 있다면, 전국의 지방 도시들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나주가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