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선출직을 욕되게 하지 말자
값진 선출직을 욕되게 하지 말자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벌써 20개 성상(星霜)이 지났으니, 그때 그 의원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세월의 무게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때, 무보수(無報酬) 명예직이란 영광을 얻기 위해 삶의 모든 것을 걸었고, 무엇보다도 가족의 명예를 걸고 동분서주하며 젊음을 불태우지 않았던가.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당선(當選)의 영광을 안기도 했고, 몇 번의 낙선(落選)이라는 좌절로 패가망신하거나 아주 먼 세상으로 몸을 던진 사람들도 한둘이었던가.
공인(公人)이란, 세상에 널리 명성을 얻은 사람을 말하기도 하고,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공인 중에서도 선출직(選出職) 공인은 참으로 값지고 영광스러운 존재이다. 그것은 다른 공인들과는 달리 많은 사람으로부터 권리 일부를 위임받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 사회를 위해서 일하기 때문이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말이 있듯이 선출직 공인은 영원한 공인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산다는 것이 어렵지만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걸었던 이유가 아니었던가.
세상에 베풀고 사는 사람은 참 행복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접받고 사는 사람은 전에 많이 베풀었다거나, 현실적으로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차 한 잔, 식사 한 끼라도 베풀지 못하고 신세만 지고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에 속할까? 선출직이란 영광을 안고 살았던 사람일수록 만감(萬感)이 교차하리라 믿는다.
인생살이가 베풀고 살거나 또는 그러지 못하고 살기도 하지만, 돈만으로 사는 것만도 아니고 사람에게는 인격(人格)이라는 것이 있다. 인격이란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정서적이고 행동적인 특징을 말하는데, 그것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며 살고 있는가. 믿음과 사귈만한 가치가 있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며 남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될 때 사회로부터 가치(價値)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평생 정치하는 범주에 속하는 삶을 살았다. 영광도 있었지만 아픔과 상처가 큰 사람이다. 시련 속에서도 나 자신을 지키고 살아가는 데 있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공인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하나, 둘, 셋을 세듯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욕심이라면, 시장(市長)이라는 지방 권력과 명예도 가져 보았지만, 지역 사회 공익적 가치를 위해 열정을 불태웠지, 사적(私的)인 이익 추구를 위해 치부(致富)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