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붓끝, 기억을 그리는 예술가 신호재(愼 晧 宰) 화백

2025-07-25     나주토픽

나주토픽이 만난 사람 <219>

고요한 붓끝, 기억을 그리는 예술가 신호재(愼 晧 宰) 화백

남도라는 정서 위에 예술을 짓고, 문화운동가로 살아온 숭고한 예술인

 

신호재 화백

   전라남도 나주는 넓은 평야와 영산강이 어우러진, 오랜 역사와 전통을 품은 문화의 고장이다. 그 고장에서 태어나 자란 화가 신호재(申浩宰) 화백은 고향의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조용하고도 강렬한 미술 세계를 펼쳐온 인물이다.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삶과 감정이 깃든 공간으로 바라본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남도의 정서를 빛으로 그려낸 예술가로 기억된다.


  ▶ 고향 남도의 풍경에서 피어난 예술


   신 화백은 유년 시절부터 나주 들녘의 사계절과 영산강의 풍경, 고택의 기와지붕과 논둑길의 바람 같은 고향의 정취 속에서 자라났다. 자연은 그에게 단순한 관찰의 대상이 아닌 감각과 정체성이 스며든 공간이었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돌입하며, 삶의 기억과 자연의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기억의 시학’을 실천해왔다.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고향의 사계’ 연작은 나주의 사계절 속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벼가 익어가는 가을, 물찬 논의 봄날, 눈 내린 들판의 겨울은 그에게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닌, 삶의 깊은 결을 담는 소재였다.


  ▶ 자연을 감각으로 표현하다

  신 화백의 회화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는 자연의 형태를 재현하는 대신, 그 속에 깃든 정서와 감정을 표현한다. “내 그림은 결국 내가 본 나주를, 내가 사랑한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림은 삶의 기록이자 감정의 아카이브다.

특히 <Rumination-일월오봉도>와 같은 작품은 동양적 여백의 미와 서양적 색채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그는 강렬한 색보다 여백을 중시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을 투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다. 이는 동양 전통 산수화의 철학과도 맞닿으며, 관람자가 감정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 빛으로 시간과 감정을 그리다

   신 화백은 '빛의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그림 속 빛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관계, 기억과 명상의 상징이다. 특히 ‘영산강의 아침’ 연작에서 그는 새벽빛의 투명함과 따뜻함을 통해 감상자에게 평화와 위로를 전달한다.
그의 화면 속 빛은 인물 없이도 서사를 구성한다. 석양이 깃든 고목, 달빛 비친 강가의 고요함, 안개 낀 아침 들녘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기억의 장소로서의 자연

   신 화백의 예술은 독일 문화학자 얀 아스만이 말한 ‘문화적 기억’과도 맞닿아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자연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정체성이 녹아든 상징이다. 나주의 풍경은 그에게 삶의 시작이자 내면을 구성하는 지형도였으며, 그의 화폭에서

그 자연은 보편적 공감으로 치환되어 관람자와 소통한다. 그의 회화는 특정 장소를 그리는 듯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기억 속에 간직한 감정의 풍경을 불러온다. 이처럼 그의 예술은 관람자의 기억과 감성을 자극하며, 회화가 단지 시각예술이 아닌 정서적 언어임을 증명한다.

   ▶ 교사, 기획자, 문화운동가로서의 신호재

   신 화백은 단지 작가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나주 금성고등학교에서 수십 년간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청소년에게 예술의 눈을 틔워주었다. 그의 예술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닌, 감성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과정이었다.
또한 그는 지역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갤러리와의 공동 전시, 지역 청년 예술가들과의 협업, 나주시와 광주시 문화재단 자문 활동 등, 그는 지역 문화생태계의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다. “예술은 고립된 천재의 산물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함께 자라나는 기억의 집합체”라는 그의 철학은 삶 전체로 확장되었다.

   ▶ 전통을 넘어서, 미래를 향한 실험

   최근 신 화백은 평면 회화를 넘어서 다양한 매체로 작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빛의 정원’ 프로젝트에서는 LED와 혼합재료를 활용한 설치미술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해석했고, 디지털 드로잉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전시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그는 골판지, 화이트보드 등 주변의 일상 재료를 회화의 배경으로 활용하며, 재료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에 대한 감성을 보다 솔직하게 드러낸다. 산업화된 재료 위에 자연을 다시 구성하는 이러한 방식은 회화의 틀을 확장하는 시도로 주목받는다.

   ▶ 치유와 성찰의 예술

   신 화백의 예술은 요란하지 않지만, 그 조용한 붓끝에서 전해지는 울림은 깊다. 인간의 상처, 고독, 회복, 그리고 치유라는 보편적 정서가 그의 그림 속에 서려 있으며, 그 정서적 파장은 관람자의 내면으로 고요히 흘러들어간다. 그의 그림은 기도에 가깝다. 고향을 향한 간절한 연가이자, 존재를 관조하는 철학의 기록이다. 화려한 기법이나 서사보다 삶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그의 태도는 오늘날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 예술가 신호재가 남긴 길

   신 화백은 평생에 걸쳐 덜어냄의 미학을 실천해왔다. 군더더기 없는 구도, 절제된 색채, 여백을 통해 그는 관람자에게 상상과 감정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단순한 미적 기법이 아닌, 삶을 향한 태도였다. 그의 예술은 고향과 자연을 매개로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는 여정이었으며, 그것은 공동체를 향한 사랑이자 시대를 향한 조용한 응답이었다. 교사로서의 헌신, 예술가로서의 성찰, 문화운동가로서의 실천을 아우르는 그의 삶은 하나의 예술 그 자체였다.

앞으로도 신 화백의 화폭은 수많은 후학들에게 영감을 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가 나주의 풍경을 빛으로 그려낸 것처럼, 그의 삶 또한 예술이라는 이름의 풍경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나주 토픽>

 

   愼 晧 宰(Shin Ho-Jae)

▶ 경력

- 사)현대미술 EPOQE - 조형21회

- 광주비엔날레 홍보자문위원 - 광주미협 이사

- 전남대 및 조선대 강사역임

- 행주미술대전 심사위원 - 광주시미술대전 심사위원

- 경상북도미술대전 심사위원 - 전라남도미술대전 심사위원

- 남농미술대전 심사위원 - 전국 무등미술대전 심사위원

- 경기도 미술대전 심사위원 - 광주시미술대전 심사위원

-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 광주예총 레지던시 1기 입주작가

- 메타버스 온라인전시 콘테스트 선정작가

- 전남문화예술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 시각예술 지원단체(개인) 선정 심의

- 전남문화예술재단 창작활동 평가(단체) 심의위원

- 전남문화예술재단 창작활동 지원(단체) 심의위원

- 전남문화예술재단 전문가 현장평가 위원

- 전남문화예술재단 지역협력형사업 심의의원

- 광주문화재단 심의의원장

- 전남 문화재단 아트&테크 융복합 창제작 프로그램(ART-BOOT CAMP)

수료2005 메트로 갤러리 기획초대(광주)

▶ 작품소장처

전남대학병원 암센터(200호). 국립현대미술관(100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500호).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500호).

전남대치과병원(100호).광주시립미술관(200호).

▶ 전시회

- 개인전(40회) - ART FAIR(18회) - 단체전 500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