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이어진 나주공고 7회 졸업생들의 '감사의 전설'
시민의 눈<207>
25년 이어진 나주공고 7회 졸업생들의 '감사의 전설'
사라져가는 스승 존경의 가치를 지키며 교육 본질을 일깨우는
감동적 사례로 전해져
▶ 사라져가는 스승 존경… 각박한 현실 속의 아름다운 예외
스승의 날을 맞이할 때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제자가 스승을 향해 퍼붓는 막말, 물리적 폭행, 그리고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지는 교사의 이야기들. 언제부터인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존경과 사랑은 교과서 속 미담으로만 남고, 현실에서는 점점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다. 교육이 단지 ‘성적’을 위한 시스템이 되어버린 이 시대, 스승은 더 이상 인생을 함께한 조력자가 아닌, 불필요한 존재로 치부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나주공업고등학교(구 나주한독공고) 7회(회장 신현호 촘무 이상초) 졸업생들이다.
▶ 1982년 졸업, 2001년 시작된 전설… “그날은 우리가 선생님께 가는 날”
2025년 5월 30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뜻을 모은 제자들이 있었다. 1982년 졸업 이후 각자의 길을 걸어온 이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남은 이름이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교과서 속 인물이 아닌, 삶의 길을 밝혀준 존재였기에, 이들은 모였다. 그리고 결심했다. “매년 스승의 날이면 꼭 찾아뵙자.” 그렇게 시작된 스승의 날 초청 모임은 어느덧 2025년, 25년의 세월을 넘었다. 모임은 해마다 빠짐없이 열렸다. 직장과 가정, 지역을 뛰어넘어 졸업생 240여 명 중 50여 명이 매년 한마음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단지 얼굴을 보기 위해 모이지 않는다. 회비를 모아 스승에게 정성스러운 식사를 대접하고, 마음을 담은 금일봉 혹은 선물을 준비해 감사를 전한다.그리고 그 자리에서 과거를 나누고, 삶의 이야기를 함께 한다. 그 어느 모임보다 진심이 오가는 시간이다.
▶ “선생님의 꾸지람조차 사랑이었다”
기억되는 것은 성적표가 아닌, 한 마디 말과 눈빛 . 제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점수도, 시험지도 아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은 우리가 힘들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그 눈빛과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 따뜻함은, 세월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제자는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스승의 날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말은 단지 한 부모의 바람이 아니라, 사제 간의 진정한 관계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얼마나 간절하게 필요한지를 대변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 코로나19에도 멈추지 않았던 감사의 마음
이 모임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단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제한되었던 해에도 제자들은 온라인을 활용해 모임을 이어갔다.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SNS나 전화 등을 통해 어김없이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사랑을 전달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스승을 향한 감사와 존경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기록되지 않아도 기억될 만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이 시대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울림을 준다.
▶ 스승의 고백… “제자들이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다”
그 스승 역시 매년 제자들의 초청을 기다리는 설렘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선생님으로 살아온 것이 복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이렇게까지 기억해주고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어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가 제자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했는지, 그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 진정한 교육은 성적표가 아닌, 사람의 마음속에 남는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가르침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제자들 마음속에서 존경과 감사로 남아, 다시 세상에 선한 영향력으로 되돌아온다.
오늘날 스승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이들의 25년간의 실천은 우리에게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묻는다. 이 이야기는 단지 한 학교, 한 스승과 제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승을 향한 존경과 감사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 시민의 소리가 전하는 교육의 미래
이 감동적인 전통은 나주 지역의 시민 정신이자, 교육의 본질을 지켜낸 한 세대의 증언이다. 보도되지 않아도 전해져야 할 이 전설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말한다. “가르침은 끝나도, 감사는 끝나지 않는다.” 단 3년의 만남을 25년으로 이어온 나주공업고등학교 7회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 사제 간의 따뜻한 정이 다시금 사회 곳곳에 피어나길 기대한다. 교육이 다시 사랑과 존경, 인간적 유대 위에서 회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