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경제의 현주소는?

2025-06-12     나주토픽

지방 경제의 현주소는?

 

 

김용상(시인)

    지방 경제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전라남도 화순은 ‘도·농 거점 도시’라는 명칭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도시도 농촌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인구 3만의 작은 읍내인 이곳은 광주광역시와 전남 농촌 사이에 위치하며, 무등산과 만연산이 감싸고 있는 조용한 동네다. 그러나 거리마다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현실은, 소상공인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화순의 경제적 침체는 비단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 경제를 가장 심각하게 강타한 사건 중 하나였다. 관광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이 얼어붙었고, 국내 서민 경제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위기를 관리했지만, 지금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나쁘다.

   물가는 치솟고 있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외식비 등 생활비 전반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서민들은 날마다 체감 물가 상승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초고령화와 인구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며, 지방은 실질적인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도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전남 화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지방 도시가 안고 있는 공통된 현실이다.

   정치·경제적인 과거의 경험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국정기조로 내세웠고, 이후 구조조정과 민영화가 이어지며 공공의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최근 몇 년간 정치권은 부정부패, 국정농단, 계엄령 논란 등으로 얼룩졌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무후무한 정치적 비극까지 맞이해야 했다. 국가의 운영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바로 지방의 서민들이다.

   지방 경제 침체의 본질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원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들은 기회를 찾아 외지로 떠나고, 남겨진 도시는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점차 공동화되어 간다. 소득 격차와 자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지방 주민들의 삶은 위협받는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도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공통된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경제 또한 불안정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 국제 고금리 기조 등은 우리나라와 같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다가올 차기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지역과 계층을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실용적 정책을 펴야 한다. 지방 경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전문가 중심의 실용 행정을 통해 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행정과 재정의 중심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구체적인 전략이 절실하다.

   이제는 "누가 잘났느냐"보다 "누가 더 실질적인 대안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의 한숨을 정책으로 바꾸고, 공동체의 붕괴를 경제적 재건으로 막아내야 한다. 지방은 더 이상 국가의 변두리가 아니다. 지방의 재생 없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