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제는 정책으로 말할 때다
정치, 이제는 정책으로 말할 때다
이번 대선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선택으로 마무리되며 안도와 기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되새겨야 한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며, 실행의 중심은 곧 정책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을 되짚어보면 정치의 본질이 실종된 채, 참담한 현실만이 남았다. 후보들은 국민을 위한 정책 비전을 놓고 겨루기보다는, 서로의 사상·이력·사법 리스크를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전략에 몰두했다. 정작 유권자들은 실현 가능한 미래보다 소모적인 정쟁을 지켜보며 또 한 번 실망을 겪어야 했다.
그 이유는 정치권이 정책 경쟁보다 이미지 전쟁에 더 몰두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실질적인 대안 제시보다 자극적 언사에 기대었고, 미디어와 SNS는 이를 증폭시키며 이슈의 본질을 흐렸다. ‘비전’ 대신 ‘구호’, ‘계획’ 대신 ‘공세’가 정치의 중심이 되면서 유권자들은 결국 본질을 놓쳤다. 진보냐 보수냐, 친정부냐 반정부냐를 따지느라 정작 누가 더 준비된 후보인지, 어떤 정책이 삶을 바꿀 수 있는지 묻는 시선은 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정책 토론의 실종이다. 후보들은 방송 토론에서 구체적인 복지 방향이나 재정 조달 계획, 지역균형 발전 전략은 제시하지 않고, 서로의 말꼬리 잡기와 과거 발언 공방에 집중했다. 공교육 개혁, 기후위기 대응, 청년 일자리와 같은 중대한 이슈는 뒷전이었다. 국민은 논쟁보다 감정 싸움을 반복해서 보게 되었고, 선거는 진지한 정책 검증이 아닌 거대한 이벤트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가장 시급한 변화는 정치인의 자세에서 시작돼야 한다. 앞으로는 모든 측면에서 자유로운 후보, 즉 과거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우며, 오로지 정책으로 승부하는 후보가 필요하다. 말보다 실천, 이미지보다 준비된 전략을 갖춘 후보가 등장해야 한다. 논리와 비전으로 유권자 앞에 서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권자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시민이 자극적인 언사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말이 아닌 실적으로 지도자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사생활보다 공공 행정 능력을 먼저 따지는 시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누가 내 편인가”보다 “누가 더 유능한가”를 중심에 둔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기준은 지방자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시민의 일상과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복지, 교통, 환경, 교육은 지방정부의 역량에 따라 실질적인 변화를 만든다. 최근 전라남도 나주시가 공약 이행률 67.34%를 달성하며 최고등급인 SA를 받은 것은 좋은 예다. 정당이나 이념보다 정책 실행력을 통해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행정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결국 정치는 갈등 조장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수단이어야 한다. 더 이상 누구를 향한 비난이나 이념적 편견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정책으로 말하고, 구체적인 실적으로 평가받는 정치만이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다. 유권자 역시 이제는 말의 크기보다 내용, 진영보다 실천력을 중심에 둔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때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나주시민 역시 정치인들에 휘둘리는 모습에 자성의 기회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정치가 바뀌어야 국민이 바뀌고, 국민이 달라져야 정치도 바뀐다. 이 단순한 진리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진정한 정치의 출발점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며, 그 핵심은 언제나 정책이라는 것을 가슴에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