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터널
어두운 터널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묘비에는 아무 장식도 없었고 묘비명은 프란치스코의 라틴어 표기인 ‘Franciscus’(프란치스쿠스)만 적혔다. 교황의 유언대로 생몰 연도, 재위 기간을 새기지 않았고 입관 의식도 생략했다. 장례는 교황청 돈이 아닌 생전에 자신이 모은 돈으로 간소하게 치르며,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청빈(淸貧)을 평생의 지표로 교황다운 마무리를 했다. 생전의 교황은 다정하고 소탈했으며, 독신을 맹세한 사제로서 하느님의 자녀를 가족으로 섬겼고, “고통받는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고백하는 교황을 사람들은 사랑하고 존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록 한 단어의 이름으로 남겠지만 그의 묘비명을 보는 이들은 교황의 전 생애를 기억할 것이다. “교황님, 저희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기도하는 마음이 공감으로 이어지기고 평소 한국을 사랑한 만큼 감사의 기도를 드려본다.
최근 미국발 ‘관세 폭탄’이 한국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간이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가 지난해보다 1% 성장하는 데 그칠 거란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발표했던 전망치 2.0%를 불과 3개월 만에 1.0% 포인트 낮춘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을 댕긴 관세 전쟁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본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해주듯 도널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로 4월 1~20일 중 대미 수출액이 14% 이상 급감했다.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 현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 수출 효자 종목인 승용차도 6.5% 감소했으며, 미 트럼프 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일괄 부과하고, 철강·자동차에는 25% 품목 관세를 매긴 결과다. 여기에다 90일간 유예된 국가별 상호 관세와 반도체 품목 관세가 어느 선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수출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한국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는 터무니없는 계엄선포로 파면된 전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관세 폭탄이라는 무기로 세계 경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적 수준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시도가 우리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것이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터널의 시작'이라며 한국 경제발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역시 우리나라의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95%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거의 수출 하나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의 거대 국가의 관세 전쟁은 한국경제를 위기로 내몰 수가 있는 초대형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하는 트럼프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한미 통상회담에서 협의를 계속하기로 일단 논의 됐지만, 무역 흑자 축소, 알래스카 LNG 개발 투자, 방위비 추가 분담 등 전방위적 부담 확대 요구는 큰 걱정거리이자 비상사태임이 틀림없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말하며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갑갑한 상황이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24일 가진 ‘2+2 한미 통상 협의’에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한발 앞서 협상을 시작했던 일본이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취했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협상 타결 시점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넘기는 것이 지혜로운 대응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미 시작된 어두운 터널은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온 국민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지만 헤쳐 나가야 한다. 우리 나주시 역시 다가올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온 국민이 우려하고 있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와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