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라는데…

2025-04-30     나주토픽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라는데…

 

신동운(발행인)

  '아덴만의 영웅'으로 알려진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하 이 병원장)은 단순한 의사를 넘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신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유명 인사다. 그가 지난 14일 충북 괴산에서 열린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후배들에게 “조선 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다. 이게 수천 년간 이어진 조선반도의 DNA고 이건 바뀌지 않는다”라며, '내 인생은 망했다. 탈 조선하라!'라고 한국 의료계에 대한 독설을 쏟아내 여론의 쟁점으로 떠오르며 논란이 오갔다. 수십 년간 입만 탈탈 털어가며 면화(免禍)는커녕 국민에게 오직 실망만을 던져준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표명한 그의 절규가 어긋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병원장의 발언은 필수 의료 분야의 열악한 현실 비판이 핵심이었지만 일부 표현이 감정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일각에선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병원장은 국방부에 사과를 전했고, 국방부는 '불문에 부친다'라며 조용히 마무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라는 화두는 쟁점으로 남아 있다. 또한 이 발언들의 의도는 단순히 자극적인 표현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병폐를 지적한 것으로 인식되고 지적된 문제점은 다수 국민의 공감과 함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런데 '문과 놈들이 다 해 먹는 횡포"에 대한 지적과 '죽어라 일해봐야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접하면서도 단 한 조각의 부끄러움도 드러내지 않는 정·관계 인사들의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파렴치하기 때문이다. 입만 탈탈 털며 허세를 부리고 나라를 말아먹은 전적의 소유자 처지에 모른 체 하는 것이 득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올바른 지적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죽어라 글공부만 해서 과거에 급제 후 입만 털며 위세 떨며 국란의 중심에 섰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변함없이 입만 터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정작 민생은 멀리하고 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눈 사례 등은 우리 국민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반면에 세종대왕이나 고속성장 기간 동안 의욕과 야망이 넘쳤던 공무원들,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한미FTA를 뚝심 있게 추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IMF 위기를 극복하고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외 IT산업을 주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선견지명은 선진국을 이끌기도 했다는 문과 출신 인물의 업적도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며 거짓을 일삼은 윤석열 전 대통령 그리고 탄핵 파면한 주역도 모두 문과생 출신임을 공감하며 상생을 위한 투자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 해서 이 병원장이 잘못 말한 것 또한 절대 아니다. 이 병원장이나 과로사한 바이탈과(응급의학과·외상외과 등 생명을 다루는 과) 권영환(이 병원장 친구) 교수는 무한 책임감을 갖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며 헌신한 전문가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자성은커녕 적대적 공격을 해대는 일부 정치인들은 참으로 못났다.

   정치에 능숙하지 않은 상식 있는 전문가들의 이런 신선한 도전은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은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잘못된 사회구조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문과 이과 양극화가 아니라, 전문성을 무시하는 사회가 문제라는 것을 공감하고 개선해야 한다. '평생 일했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 사회는 죽은 사회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병원장이 '이번 인생은 완전히 망했다. 탈 조선하라!'라는 의미 있는 지적을 단순한 폭언으로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의 미래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주시 또한 이런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위 문과생으로 불리는 기존 정치 주도 세력이 패거리 문화로 시민을 갈라치기도 해 온 폐단으로 기대되는 시민 에너지의 융합과 발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