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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빛가람타임스 기자

강은 늘 ‘네 생의 첫 처소로 돌아가라’고 하는데

  • 입력 2014.09.19 11:18
  • 수정 2014.09.22 02:04
  • 댓글 0

               이 수 행 시인
‘강’이란 말에는 묘한 파장이 있습니다. 풋내음이 있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무성한 들꽃이 떠오르고, 회한으로 버무려진 엄니의 젖가슴과 아비의 별이 보이기도 하고, 누야들의 치맛폭에 휘감기던 애틋한 그리움이 밀려와 가슴이 쿵쿵거리고 온 몸이 떨리는 원초적 설레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강을 끼고 강과 부대끼면서 함께 살아온 것입니다.
강이 살아 있을 때 가장 흥성한 역사를 만들었고 강이 죽어가면서
우리 삶도 쇠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영산강의 첫 시원지인 ‘용소폭포’龍沼瀑布 에 가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물길을 여는 강의 첫 시원의
신비와 섭리가 참으로 놀랍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없는 쓸쓸함과 알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용소와 현재의 영산강이 오버랩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물길을 열어 주었는데, 너희는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느냐?‘고 묻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영산강을 찾아가 강둑을 하염없이 걷기도 합니다.
불알친구들과 강물을 바라보면서 탁배기잔을 돌리기도 하고, 때론 문우들이
찾아오면 옛 흥성했던 포구를 보여주고 들려주며 회포를 풀기도 하지요. 그러다 쌈판이 벌어지기 일쑤입니다. 다 강 때문입니다.
때론 그 쌈판이 한편의 짭조름한 시詩로 구워지기도 했지요.

뭐 머시라고 꼴랑지가 삼 백리나 된다고? 이무기라고? 거, 무신 황새 똥구녁 같은 소리여 시방. 승천 헐 날 꿈 낌시로 살고 있다고? 오천년도 넘게 말이여? 봤는가, 봤어! 머시 어째, 강바닥 전체가 몸뚱아리라고? 숨 한번 내 쉴 때가 밀물이고, 들숨 때 썰물이 되는 것을 봄시로도 모르냐고? 푸르딩딩헌 등줄기 땜시 강물이 퍼렇게 된 것이라고? 무신 귀신 씬나락 까묵다 이빨 빠질 소리여, 시방.

눈깔 빠진 북어 대가리는 고사허고 난쟁이 좆필이맹키로 폭싹 쪼그라들어 부렀는디 이무기는 무신, 얼어 죽을 이무기여! 그라고 자네 말뽄새가 그럴 듯 혀서 쪼까 믿어 준다고 혀도 인자는, 숨통이 끊어져 부렀을 것이네. 아니믄, 한 귀탱이 포도시 붙어있는 산송장이든지! 그랑께, 씨잘데기 없는 쉰소리 그만허고 술이나 묵세.

자네 시방 뭐, 머시라고 혔는가! 씨잘데기 읎는 소리? 이눔아, 생목심이 그렇게 쉽게 내쳐질 줄 아능겨?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것이 천지간의 명줄인 것인디, 두고 봐라-이눔아, 뽈딱 일어 설 날 있을팅게, 시퍼런 여의주를 물고 昇天헐 날 말이여…! 이런 시말태기 읎는 눔아, 이눔아 …
< ‘졸시’ ‘口津浦 對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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