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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빛가람타임스 기자

애들아! 정말 미안해! 어른들을 제발 용서해 다오.

  • 입력 2014.05.02 21:13
  • 수정 2014.05.0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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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정말 미안해! 어른들을 제발 용서해 다오.
   
남기봉
 편집인  동신대교수
 
대한민국의 어른인 것, 자신이 부끄럽다, 한창 미래의 꽃을 피워도 부족할 어린 학생들을 어둡고 차가운 죽음의 바다로 내몰아서 버려둔 채 아무런 구조조치도 취하지 않고 침몰하고 있는 배에서 먼저 도망쳐 버린 선장과 승무원들이 있다. 당연히 이행해야 할 구조조치는커녕 하물며 퇴선명령조차도 내리지 않아서 탈출하며 충분히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어린 학생들을 바다에 내팽개친 채 자신들만이 살겠다고 도망쳐 나온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위는 반인륜적이어서 그 죄 값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통하게 하늘나라로 떠난 우리 아이들의 한이 다소나마 풀릴 것이 아닌가. 선장이라는 직업은 결코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선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자기희생이 전제된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그래서 늘 선장은 배를 떠나는 마지막 사람으로 남았다. 타이타닉 침몰 때도 그랬다. 이번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의 처신은 선원문화의 수치이며 어른들의 수치이다.
 
박근혜정부의 재난 위기관리능력은 한 마디로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정부는 행정안전부라는 명칭을 구태여 안전행정부로 변경까지 하면서 국민의 안전이 행정보다도 우선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생사의 갈림길에서 국민들이 정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정부의 안전관리 기능은 단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빈껍데기 행정조직임이 여실히 드려났다. 정부조직은 겨우 보고용 통계숫자나 취합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었다. 어린 생명이 촌각의 시간을 다투는 재난을 총괄 지휘해야 할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실체가 없고 고질적인 부처 간 이기주의 행정은 해경, 해수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중앙재난대책본부로 등으로 나뉘어져 우왕좌왕 서로 책임만 떠 넘기 식의 재난수습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다.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은 대한민국의 수치이다.
재난관리 콘트롤 타워가 3번이나 바뀌며 초기대응에 실패한 결과 어린생명들을 단 한 사람도 구해내지 못해 어둡고 차가운 바다가 삼켜버리게 했다. 일원화 되지 못한 행정은 탑승자와 구조자의 집계마저 6번까지 수정 번복하였고 심지어는 시신까지 뒤바꿔 유가족은 물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마침내 극에 이르렀다. 총력을 다 한다는 정부발표는 이제 공허한 과장으로 들린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무능력한 관료집단에게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맡겨 두어야 하는 것인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위기상황에서도 학생들은 달랐다. 평소에 학교와 어른에게서 배운 대로 했다.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실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며 어린이와 어른들의 피신을 도왔다. 위기의 순간에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제자리를 꿋꿋하게 지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배안에 꽁꽁 갇혀버렸다. 학교와 학원 사이를 오가느라 제대로 세상구경 한 번 못한 채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짧은 생을 그렇게 마감했다. 질서를 잘 지키고 말 잘 듣던 예쁘고 귀여운 우리 아들딸들이 비참하게 희생된 오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분노의 눈물만이 무수히 앞을 가린다. 애들아! 사랑해!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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