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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나주토픽

세 번째 여자

  • 입력 2021.02.25 03:12
  • 수정 2021.02.2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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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여자

 

 수의사   조  영  만

  옛날에는 여자 말을 들으면 팔불출이라 하여 남자들 사이에서 매우 꺼렸다. 이는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근간을 이루는 칠거지악(七去之惡)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한다. 이 칠거지악은 중국, 한국 등 유교문화권에서 남편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아내와 이혼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유, 다시 말해 이혼 사유이다. ‘공자가어’에 처음으로 이런 내용이 언급된, 글자 그대로는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 잘못'은 다음과 같다.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음(不順父母), 아들이 없음(無子), 음탕함(不貞), 질투함(嫉妬), 나쁜 병이 있음(惡疾), 말이 많음(口說), 도둑질을 함(竊盜)이 그것이다

그러나 칠거지악에 해당하는 잘못을 지었더라도, 내쫓아도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 (有所取無所歸不去), 함께 부모의 삼년상을 치르면 (與共更三年喪不去), 전에 가난하였으나 혼인한 후 부자가 된 경우 (前貧賤後富貴不去) 등 이런 세 가지 경우를 삼불거(三不去) 또는 삼불출(三不出)이라고 한다. 그 실제 사례를 보면 세종실록에 칠거지악과 삼불거의 사례가 언급되어 있다. 좌찬성(左贊成) 이맹균(李孟畇)의 처 이씨(李氏)가 나이가 거의 일흔이 되었지만, 남편이 계집종을 총애하자, 이를 질투하여 계집종을 움 속에 가두고 학대하여 굶겨 죽였다. 세종은 사간원에서 이맹균을 탄핵하는 상소를 받고 그를 귀양보냈으나 그의 부인은 벌하지 않았다. 사헌부에서는 부인 이씨가 자식도 없고 질투가 심하니 칠거(七去)의 도리에서 이거(二去)를 범했다며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세종은 삼불거를 인용하여 '전에는 빈천하다가 나중에 부귀해지면 버리지 못하는 것이고, 함께 삼년상(三年喪)을 입었으면 버리지 못한다'면서 부인을 이혼시킬 수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던 것이 시대가 변하면서 근래에 와서는 ‘남자는 두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라는 신종 속담이 생겼더라. 그 첫째가 ‘마누라’이고 두 번째는 ‘나비녀’라 하더라.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산아제한(産兒制限) 슬로건 아래 둘만 낳아 아들딸 구별 않고 가르치다 보니 사회는 여성을 인정하게 되고, 가정에서도 그 목소리는 커지더라.

에피소드로 나이가 들어 늙어지면 남자에게는 5명의 여자, 즉 ‘아내, 처, 마누라, 집사람, 애 엄마’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여자가 필요로 하는 것 속에 남편은 없다 하더라. 그래서 늙어서 밥술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젊어서부터 말을 잘 들어야 한다 하는 것이 이유이더라. 젊어서 큰소리치던 남자가 늙어서도 큰소리 쳐봐야 이제는 씨알도 안 먹힌다더라.

그리고 ‘95년 그전까지만 해도 자가용 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97년이 지나면서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자가용 필수 시대로 들어서고, 경제사회의 도시화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길을 찾거나 어떤 곳을 갈라치면 어려움이 한둘이 아니더라. 그러다가 속칭 ‘나비’라 불리는 네비게이션이 보급되자 그 필요성을 모두가 인정하고 설치하게 되면서, ‘나비녀’의 안내 멘트를 잘 귀담아들어야지, 잘못 들을라치면 엉뚱한 방향에서 헤매게 되더라. 그래서 그런 우스갯소리가 생겨났던 것이더라

그런데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전쟁보다 더 큰 불안과 공포로 휩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가 세계의 결과에는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떨쳐버릴 수 없다. ‘나도 감염되지 않을까?’ 하여….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를 가도 안전할까?’, ‘그 사람은 만나도 괜찮을까?’ 집에만 있음이 답답하여 바깥으로 나서려 해도 발길이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그저 방역수칙 준수에 운명을 맡기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말로 말을 더 잘 들어주어야 하는 세 번째 여자가 있다고 말하려 한다. 누구일까? 코로나 19 상황에 대하여 브리핑할 때 보게 되었던 그 얼굴, 그녀는 초대 질병 청장인 정은경 청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브리핑 때마다 확진자가 줄어들었다 하면 마음이 놓이다가도, 늘었다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함의 연속선상에서, 지금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이 다소 수그러드는 것 같은 상황이라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고 험하리라 추측이 되는 이 현실 속에서는 정청장의 말에 귀 기우려 듣고, 믿고, 그리고 잘만 따라준다면 우리만이라도 그렇게 머지않아 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리라.

자고로 마누라, 나비의 말도 잘 들어야 하겠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를 걱정하고 갈 길을 알려주는 세 번째 여자의 말을 더 잘 들어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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