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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기자명 나주토픽

동백꽃이 춥다

  • 입력 2020.03.27 02:42
  • 수정 2020.03.27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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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춥다

 

     시인   송   가   영

 동백꽃이 하나 둘 피어난다. 날씨는 봄인 듯 차츰 풀리는데 우리들의 마음은 풀릴 줄을 모른다. 그래도 겨우내 푸른 잎을 버리지 않고 꽃망울을 머금었던 동백이 양지쪽에서 빨간 꽃잎을 하나, 둘 피우고 있다.

  요즘 ‘코로나19’(COVID-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재앙이다. 일부 지역이나 특정 국가가 아니라 세계 곳곳 모든 인류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판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했다. 이런 때 다소나마 봄소식과 함께 희망을 전할까 해서 동백꽃을 제목으로 잡아보았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에 대한민국 영화의 명성을 떨쳤다. 또 임성재 선수가 골프에서 PGA(미국프로골프) 우승을 했다. 그러나 이런 한류열풍도 코로나19의 재앙 속에 묻히고 말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쩌다가 세계 100여개 나라가 한국인을 기피하며 빗장을 거는 사태가 되었다.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가 암울한 수렁에 빠져버린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끌시끌하던 정치판이나 심상치 않던 시장경제,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던 사회현상이 모두 악성 바이러스 공포에 매몰되고 있다.

  정치는 최악의 수준이란 20대국회를 마감하며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썩은 정치의 가장 시급한 개혁분야는 국회와 대통령중심제의 권력분산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다르다. 약속과 달리 ‘검찰’이라는 개혁화두로 국론이 분열되어 세월을 허비하다가 이제 그마저 멈춰버린 상황이다.

  경제는 주식시장 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10년 전 수준으로 무너졌다. 연초에 2200선을 넘나들던 것을 감안하면 경제침체의 끝을 알 수가 없다. 비틀거리던 시장경제는 이제 주저앉은 지경이다. 화훼나 양계, 양돈 등 농촌경제가 말라가고, 항공사 등 기업들의 경제상황도 심각한 상황이다. 나라의 곳간은 연이어 슈퍼예산을 세웠다. 그러고도 당장 추경예산을 세워야한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또 박박 긁어야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는 지금 불안과 공포를 넘어 혐오감까지 가득하다. 마스크를 사지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신천지’라는 이단 종교에 대한 미움이 가득하다. 감염이 극심한 지역을 비난하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뉴스는 대부분 코로나19 재앙의 보도이다 보니 사회적 불안과 개인적 스트레스가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들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때 우리는 좀 더 현명해져야한다. 개인적 건강과 스트레스를 치유하며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연대하고, 단합을 해야 한다.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과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한다. 최근 광주와 전남의 사회, 종교계, 의료계의 주요 인사들이 결의하고 대구와 경북에서 입원하지 못한 경증환자를 광주의 병원에서 받아주었다. 그중 완치된 환자는 퇴원한다고 한다. 정말 뜻 깊은 일이라 생각되어 가슴이 절절하다.

  인류는 위기를 극복할 줄 안다. 그리고 재앙에 임박하면 합심하여 위력을 발휘하는 현명함도 역사 속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코로나19의 재앙이 차츰 마무리 되더라도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외교관계의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때 지역감정이나 타 종교에 대한 비판은 잠시 미뤄두고 고통을 나누고 고귀한 생명을 지키는데 힘을 합하자.

  그래도 우리지역은 현재 비교적 청정지역으로 천만다행인 상황이다. 이런 때 우리는 동백꽃의 꽃말을 생각하며 인내심과 측은지심을 갖자. 우리 스스로 건강수칙을 지키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다독이고, 극심한 재앙을 맞이한 지역이나 나라와 아픔에 직면한 사람들을 응원하자.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의 안정을 기다리며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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