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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나주토픽

나주 서각의 길 튼 나주문화원 서각 교실 회장 금야(今夜) 양성일(梁成日) 작가

  • 입력 2019.02.25 23:41
  • 수정 2020.03.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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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서각의 길 튼 나주문화원 서각 교실 회장 금야(今夜) 양성일(梁成日) 작가

전국최초 양민학살 사과받아 낸 의인, 서각의 길 꾸준히 걸으며 정도(正道) 인생 펼쳐가

 

 서각(書刻) 예술은 형태도 없이 다양한 형태의 넓적한 나무에 조각칼과 끌을 손에 쥔 장인이 혼을 불어넣으며 수만 번 두드리고, 깎아내며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작품을 만들어 내며 가정과 국가의 평안을 바라는 간단한 글은 물론이고, 오래전 선현들의 사자성어나 시구, 선남선녀나 호랑이와 고래, 꽃 등을 새기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나무에 혼을 불어넣는 서각은 오래전부터 현판, 암각화 또는 경판으로 건물이나 사찰, 서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술품이다. 이처럼 서각은 문자전달 역할과 공예적인 면에서 독특한 문화예술의 매개체로 인식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섬세함을 필요로 하면서도 오랜 시간을 작업에 몰두해야 해 고도의 인내심까지 필요한 서각은 보통 손재주가 아니면 습득하기가 쉽지 않다.

 

▶ 1인 3역의 의로운 인생

 

 나무를 만지고 쇠붙이를 만지며 나무처럼 변해버린 두 손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나무와 하나가 되었다는 서각 분야의 한 장인(匠人), 틈틈이 시간을 쪼개가며 꿈틀꿈틀 살아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역동적인 글씨를 은행나무에 조각하며 천년고도 나주의 혼을 심어가는 금야(今夜) 양성일 작가(73, 나주 서각 교실 양성일 회장 이하 양 작가)의 우뚝 솟은 모습을 그려본다.

 

 4대 독자 양 작가는 나주 봉황면 철천리 3구 선동부락에서 태어나 단, 한시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종 나주인이자 1인 3역의 사회활동으로 나주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의로운 시민이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극복한 농업인,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최초 양민학살 사건 사과를 받아낸 의지의 유가족, 나주 최초 서각 교실을 창안해 발전시킨 예술인의 역할은 그의 시대적 사명이자 운명이었다. ‘망치로 일일이 두들기고 뜯어내며 하는 작업이라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씩 갖춰져 가는 작품을 보며 희열과 성취감에 행복을 찾는다.’라며 열정을 과시한다.

  나주 봉황 태생의 양성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한자에도 관심이 많았었지만 우연한 기회로 나주문화원 조각 교실에 입문한 후 선생님으로부터 수학하게 되어 서툰 솜씨로 조각을 시작했다. 그 후 서각에 관심을 갖게 된 양 작가는 당시 농사일로 바쁜 일과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으며 작품 활동에 임했다. 일과 함께 배움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만의 특유한 몰입과 도전정신으로 신개념 문화 장르의 개척을 시도했었고, 새로운 인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남다른 열정으로 서적탐구와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수학했던 결과, 작품은 눈에 띄게 발전했고 각종 대회 참여와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며 서각 공예의 장인으로 공인을 받게 되었다. 동아예술대전 동상과 오체상, 국제현대미술대전 삼체상, 동아국제미술대전 오체상 연속 수상, 전라남도 미술대전 입상, 서울서화협회 미술대전 삼채상 수상 외에도 초대작가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경력은 양 작가의 존재를 증명해주고 있다.

 

▶ 서각의 아름다움을 통해 나주의 혼을 전파한다.

 

  양 회장은 이후 각종 공모전 등에 활발한 출품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서서히 알려가며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혀 나가고 있다. 그는 어떤 작품을 만들더라도 그의 좌우명 ‘매사 매시간을 소중히 아끼고 최선을 다하라.’라는 신념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활동을 해 왔다. 양 작가는 수상경력과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뭐라 해도 수상을 할 때 보람을 찾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하며 기쁜 내심을 털어놓았다.

  한편, 양 작가는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힘이 들었지만, 수학을 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졌고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또한, 서각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나무판에 나주의 혼이 담긴 내용을 심어 널리 전파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역의 젊은 작가 확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원확충과 폭넓은 작품 활동을 다짐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좋아하는 일을 실천해가면서 생업도 소중히 해 나가겠다.’라는 소망도 밝혔다.

 

  ‘낮에 업무나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스트레스를 밤에 제가 좋아하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잊고 있다’라고 하면서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 100% 몰입하다 보니 잡념도 잊게 되고 보람도 느낀다며 겸손한 표현을 아끼지 않는 양 작가는 ‘작품제작에 밤을 새운 적도 많다.’라고 말하며 ‘앞만 보고 집중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슬럼프나 회의를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고 자부심을 내세우면서도 회원확충의 어려움 토로와 서각 공예 보급에 의지를 다짐한다.

 

  우직해 보이지만 인정미 철철 넘치고 다방면 조예를 뽐내는 양회장은 힘들었지만, 평생 뒷바라지에 힘써준 부인 박정임(70) 여사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며 ‘우리 서각의 매력을 나주시민에게 알리며 대중화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더 다짐하며 아쉬움 가득한 인사말로 새로운 시대를 기약해 본다.

<나주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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