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오피니언
  • 기자명 나주토픽

천국(天國)과 안빈낙도(安貧樂道)

  • 입력 2016.10.01 02:25
  • 댓글 0

 

천국(天國)과 안빈낙도(安貧樂道)

 

  도마복음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디두모스 유다 도마가 예수의 언행을 꼽트어로 기록한 외경으로 1945년 이집트 리그함마디에서 발견되었다. 그 도마복음 97절에 아버지의 나라 즉 천국에 대해 예수가 말한 기록이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는 곡식이 가득한 항아리를 이고 가는 여인과 같습니다. 먼 길을 가는 동안 항아리 손잡이가 깨져 곡식이 흘러내렸지만, 그 여인은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 여인이 집에 이르러 항아리를 내려놓자 그것이 텅 비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예수가 말한 천국이란 과연 무엇일까? 도올 김용옥은 이에 대하여 동서양 철학과 해박한 기독교 지식으로 현란한 해석을 해내지만 위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간단하다. 집에 먹을 것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 곡식 항아리를 이고 가는 여인 정말 행복할 것이다. 그것은 즐거운 노동이며 생명 연장의 창조적 행위이다. 그 곡식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가족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나만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헌신적인 노동 행위 그것이 곧 천국인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그 항아리가 깨져 그 소중한 노동의 대가가 전부 소실되어버렸고 집에 도착하여보니 텅 비어 있었다.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더구나 그 여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참담한 상황이 천국이란 말인가? 참으로 의아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예수의 설법이다. 우리는 쉽게 곡식을 가져가 밥을 지어 온 가족이 배불리 먹고 포만감에 젖어 이리저리 뒹구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것이 곧 천국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함의를 예수는 여지없이 깨뜨려버린 것이다.

 남이야 죽거나 말거나 혼자만 배 터지게 먹고 짐승처럼 포만감에 젖은 헬조선의 저 타락한 부유층 지배자들처럼 생각 없이 온갖 악행을 하며 이리저리 나뒹구는 것, 그것은 절대로 천국의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짐승들의 안락임을 예수는 알았던 것이다. 결코 물질의 풍요 속에 천국이 있을 수 없음을 예수는 말하고 있음이다.

 이는 곧 공자식으로 말하면 안빈낙도(安貧樂道)다. 가난한 생활 가운데서도 평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는 것 그것이 곧 인간의 삶이고 천국임을 공자는 알았던 것이다.

  어느 날 휘황찬란한 마차를 타고 공자의 제자 자공이 생풀로 지붕을 삼고 허름한 움막집에서 사는 비쩍 야윈 원헌을 찾아갔을 때 자공은 그 원헌을 보고 병이 들었냐고 물었다.  “내 듣자하니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을 병들었다고 합니다, 내 지금 가난하지만 병든 것은 아닙니다.”

  원헌의 말을 들은 자공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자공을 보고 원헌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속세의 명예를 얻기 위해 행동하고, 끼리끼리 작당을 하여 벗을 삼고, 자신을 자랑하고 남을 다스리기 위해 학문을 하고, 남을 가르친다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고, 인의를 빙자하여 악한 짓을 일삼고, 수레와 말을 장식하는 짓을 나는 차마 할 수 없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사악한 가짜뿐인 헬조선의 인간의 실상을 먼 옛날 원헌은 그대로 지적하고 있다. 민주와 정의와 시민과 농민과 노동과 학문과 예술과 교육과 정치와 언론과 종교를 팔아 자신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많은 돈으로 고운 옷 입고 좋은 집에 살며 고급차를 끌면서 많이 배웠다고 교육자라고 정치가라고 관리라고 기업가라고 훌륭한 위인처럼 위세 떠는 저 가증스런 인종들의 실상을 여지없이 비판하고 있음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