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오피니언
  • 기자명 나주토픽 기자

생진강(生辰綱)

  • 입력 2016.06.24 01:49
  • 댓글 0

 

생진강(生辰綱)
 
 
 북송 시대의 최고의 간신은 재상 채경이다. 그 북송 시대 부정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하여 들떠 일어선 송강을 비롯한 36명의 도적 무리들의 이야기를 다룬 수호전에서 언급된 말이 생진강이기도 하다.
북송 휘종 때 16년간 재상을 지낸 채경의 생일날 전국 각지에서 진기한 생일 선물과 뇌물을 바치는 행렬이 줄을 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한 그 행렬에 전담반을 꾸려야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생진강이라 했던 것이다.
 생일날 선물을 바치러 몰려오는 축하객들에게 채경은 각종 진기한 요리를 만들어 대접했는데 꽃게알을 넣어 만든 만두 한 가지를 만드는데 무려 130만 냥을 소모했고, 채경이 마시는 메추리탕 한 그릇을 위해 수백 마리의 메추리가 죽어야 했다고 한다.
한나라를 멸망에 이르게까지 한 간신 채경을 동시대를 살았던 최고의 개혁가 왕안석이나 자치통감을 저술한 저명한 역사학자 사마광이 그를 알아보고 제어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것이 곧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변법파와 보수파를 요령껏 오가면서 오직 자신의 지위와 부귀와 권력만을 위해 위로는 왕에게 아부 아첨하고 온갖 사기와 무자비한 공권력 행사, 속임수, 언론장악, 뇌물수수,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그러기에 채경이 백성들로부터 착취한 토지는 일억 평이 넘었다.
물론 채경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것은 무능한 권력자 휘종의 탓도 있었다. 황제 휘종은 예술적 취미에 몰두하여 각종 서화 옥기 동기 등을 비롯하여 건축물, 조경, 축산 등으로 확대 되었던 데다가 매 식사 때마다 100가지 요리를 차려 먹었는데 젓가락만 스칠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휘종의 사치스런 취미를 부추기는 자가 바로 채경이었다. 무능한 황제와 간신 이는 세상을 망치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필수 항목인 것이다.
 얼마 전 나주에서도 시장에게 생일 선물로 수하 공무원들이 황금 열쇠를 해 바친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인구에 회자된 일이 있었다. 헬조선, 불지옥반도, 자살 세계 1위, 쥐닭들의 시대라고 비판들을 해대는데 먹고 살만한 관리들은 철밥통을 차고 앉아 생일 선물 챙기기에 바빴던 것일까?
물론 약소한 그것 가지고 너무 한다고들 하는 부류도 있겠으나 아부 받는 자나 아첨하고 싶은 자를 따져볼 때 더구나 청렴이 제일 덕목인데 이는 좀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부 잘해 학력 좋다는 자나, 사업 잘해 돈 많이 벌었다는 자나, 무슨 악다구니 쓰는 데 제일인 자나 사실 이들이 한 지역의 수장이 되는 것은 마땅치가 않다. 나주시만 해도 학력 좋은 자, 사업 성공해 돈 많이 번 자, 농민, 시민 어쩌고 하며 정치꾼 싸움질 잘한 자 등이 수장이 되어 보기는 했으나 다들 살림살이는 거덜이 났고 형사 고발로 끝이 났다.
 그리하여 정치는 뭐니 뭐니 해도 고매한 인품과 도덕적 품성을 지닌 자기 수양이 우선 된 자들을 발굴하여 억지로라도 떠맡겨야할(그들은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것이기에)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는 그러한 자들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니 바로 그것이 이 땅이 희망 제로가 아니겠는가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