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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 기자명 나주토픽 기자

배춧잎 한 개

  • 입력 2016.05.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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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잎 한 개

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났다.
옛날 어느 산사에 훌륭한 선지식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한 수행자가 그 산사에 가서 그 훌륭한 스님의 제자가 되어 수행을 하려고 그 산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간 그 산사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 가운데 파란 배춧잎 한 개가 동동동 흘러 떠내려 오고 있지 않은가!

수행자는 그 배춧잎 한 개를 보고 홀연 마음이 돌변하여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 까닭은 아직 먹을 만한 배춧잎을 저렇게 허투루 버리는 산사에 있다는 훌륭한 선지식 또한 이름만 세간에 유명하지 실상은 별 볼일 없는 작자일 것임에 틀림없다고 여긴 것이었다.

실망한 마음을 부여잡고 한참을 돌아나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스님! 스님!’ 하고 불렀다. 수행자가 돌아보니 한 스님이 황급히 달려 나오며 자신을 부르며 묻는 것이 아닌가!
“스님, 저 계곡물 위로 떠가는 배춧잎을 혹시 보지 못했나요?”
수행자가 보니 방금 전에 보았던 배춧잎 한 개가 바로 눈앞 계곡물을 떠가고 있었다.
“저기 있네!”
그것을 본 스님이 허겁지겁 계곡물로 달려들어 배춧잎 한 개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찾은 양 조심스럽게 건져 올려 잡고는 수행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더니 산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수행자는 그것을 보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나가던 발길을 다시금 돌려 산사를 향해 가는 것이었다. 한 개의 배춧잎에도 그 산사에 있는 선지식의 수준이 담겨 있음을 이 이야기는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제법 깨끗하기로 소문이 난 어느 늙은 기독교 목사에게 젊은 목사가 물었다.
“목사님, 성공한 목사의 비결이 무엇입니까?”
“돈에 관여하지 않고 여신도 안 건드리면 그것이 성공한 목사지 별거 있겠나!”
돈과 여자 문제에 깨끗한 것,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을 그래도 좀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비결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누가 이 혼탁한 세상에서 이 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말로는 겉으로는 다들 깨끗하고 고상한 자인 것처럼 행세하나 실상은 돌아서서 돈을 세고 제 권력과 지위를 가늠하고 온갖 음흉한 계략으로 자신의 이익과 쾌락만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참으로 지저분하고 추악한 세상이 아닌가?

소위 종교를 빙자한 자들조차도 저러할 진데 하물며 저 권력과 지위와 돈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풍요로운 생활만을 위해 살아가는 자들을 더 말해 무엇 하랴! 말로는 민족과 민주와 통일과 농민과 노동과 시민과 역사와 문화와 교육과 정의와 진실을 밥 먹듯이 주절거리나 실상은 그 모든 것이 제 자신만을 위하면서 또 그 패거리 중 잘났다는 한 놈의 결사 사수대처럼 패거리 지어 악다구니를 써대는 꼴이라니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이다. 따지고 보면 이 종교나 저 종교나, 이 패거리나 저 패거리나 음흉하고 교활하기는 똑같이 마찬가지다. 그들이 어찌 저 배춧잎 한 개의 소중함을 알랴! (전설천하 www.iistory.com)

청야 강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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