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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 기자명 빛가람타임스

한글마을 조성사업 나주시가 답할 차례

  • 입력 2014.01.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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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대해 일찌감치 선조 왕은 “나주가 없으면 호남이 없고, 호남이 없으면 조선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나주는 역사의 수레바퀴와 함께 묵묵히 숨 쉬어 왔다. 전국 12목(牧) 중의 하나로 나주목이 설치되고 목을 맡아 다스리는 목사(牧使)를 파견하므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천년고도 목사 고을”이란 유래로 그 맥을 잇고 있다. 이는 나주가 역사를 장식하는 한복판에 우뚝 선 자랑스러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역사를 계승, 발전, 진화해 가야 함에도 오히려 역사에 대해 뒷짐만 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13일 노안면 금안3구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금안 한글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의 성격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5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나주시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한국종합경제연구원과 금안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주관하여 ‘신숙주 생가 한글마을 조성 동네사업’의 일환이었다.

조선 초기 문신으로 한글창제의 주역이었던 보한재(保閑齋) 신숙주(申叔舟, 1417~1475)는 나주시 노안면 금안리에서 태어나 세종의 명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다. 동국통감', '오례의', '국조보감' 등을 편찬했다.
하지만 신숙주는 계유정난 당시 수양대군(세조) 즉위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당대에는 영의정까지 오르며 과단성 있는 인물로 칭송을 받았으나 사후에는 사육신, 생육신 등을 쫓는 도학적 분위기가 형성돼 '기회에 능한 변절자'로 혹평을 받았다.

이에 나주시는 신숙주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역사의 사실성을 보존하기 위해 생가 복원을 추진하기로 한 사업 ‘한글마을축제’ 행사가 동네잔치로 끝나버렸다는 점이다. 숨겨진 역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일은 나주 역사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연결하는 소중한 고리임에도 불구하고 주최한 나주시조차도 무관심했다는 것은 전시행정이나, 생색내기 업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편, 울산시 중구의 경우 외솔 최현배 생가 일대 ‘한글마을’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시는 최현배 선생 생가를 중심으로 2019년까지 한글마을을 조성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국비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이런 울산의 적극적인 추진이 있기에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한글마을’을 검색하면 울산시 중구가 바로 뜨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며칠 전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부산의 한국거래소(KRX)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에 나주시가 발끈하고 나선 것과 같은 전철을 밟지 말자는 교훈이 아니겠는가?
또한 나주시가 ‘한글마을’사업을 단순히 마을 권역사업으로 치부하고 손 놓고 있는 사이 다른 자치단체에서 ‘한글마을’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하고 있어 뒷북치는 행정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한 것이다. 이제라도 뼈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소중한 나주역사인 ‘한글마을’이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지 않도록 나주시가 답을 내놓고 시민과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인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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