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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교육
  • 기자명 나주토픽 기자

"학생부 못 믿겠다"..부활하는 '신(新) 고교등급제'

  • 입력 2016.01.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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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못 믿겠다"..부활하는 '신(新) 고교등급제'

2017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수험생 10명 중 6명이 학생부중심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대입 선발인원 35만5745명 중 21만339명(59.99%)의 합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달렸다. 이처럼 학생부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머니투데이는 신년을 맞아 학생부전형을 둘러싼 학교, 사교육기관, 대학 등 교육계 전반의 목소리를 듣고 총 3편에 걸쳐 그 실태를 점검한다.

[[학생부전형, 명과 암] 학생부·추천부 상습 표절 학교도…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

서울 모 대학의 5년 차 입학사정관 A씨는 최근 검토한 학교생활기록부 중 표절로 의심되는 사례를 적발했다. 지원자 B씨의 '독서활동상황' 항목에 기재된 내용이 전년도 지원자의 것과 일치한 것.
확인 결과, 두 지원자는 같은 고교 출신이며 해당 내용을 기재한 교사도 동일했다. B씨는 결국 불합격 처리 됐다. A사정관은 "학생부, 추천서 표절의 경우 한 번 적발된 학교는 상습적으로 발각된다"며 "학교별 학생부 관리 역량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학생부중심전형의 근간이 되는 학생부 관리 능력이 고교별로 차이를 보이면서 대학들이 지원자 역량이 아닌, 출신학교에 따라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학교, 교사 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불공정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교육당국 역시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변형된 형태의 고교등급제'를 묵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험생들의 학생부는 출신 학교나 기재 교사에 따라 내용이 확연히 달라진다. 각 고교가 개최하는 학술대회, 비교과 활동만 해도 그 수가 천차만별인 데다 학생부 관리시스템 역시 고교별로 차이가 크다. 특히 학내 활동이 활발한 자율형사립고 등은 학생부 관리에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입학사정관 A씨는 "학생부 표절 사례가 연이어 적발되는 고교가 있는가 하면, 매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졸업생이 늘어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전직 입학사정관 C씨는 "2013년 학생부 분량 제한이 있기 전까지는 학교별 학생부의 분량 차이도 엄청났다"고 밝혔다.

학생부뿐만 아니라 교사가 직접 적는 추천서, 학교가 대학에 제출하는 프로파일(학교소개서) 등에서도 학교별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C씨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유사도검색시스템을 돌려보면 한 추천서의 유사도가 60% 이상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평소 교사의 관심에서 소외된 중위권 지원자의 경우, 쓸 말이 없는 교사가 추천서를 베껴 썼을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지원자의 고교가 대학 입학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고교 이름만으로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진 않더라도 학생부 관리 체계가 탄탄한 학교에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유명 대입 컨설턴트 D씨는 "교육부가 외부 스펙 기재를 금지하면서 학생부 기재 내용이 부쩍 비슷해졌다"며 "학생 상담을 하다 보면 입학사정관들이 학교 외엔 무슨 기준으로 학생을 뽑을 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의 영향력이 큰 것 때문에 학생부전형이 문제가 된다면, 결국 대안은 예전처럼 수능 점수로 줄세우기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교육부뿐 아니라, 고교를 감독할 권한이 있는 시·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교의 학생부 관리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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