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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교육
  • 기자명 나주토픽 기자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羅州 松竹里 錦沙亭 冬柏나무 )

  • 입력 2015.12.12 10:43
  • 수정 2015.12.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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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비정함을 한탄하고, 후일을 기약하여 변치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동백나무

단목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는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
정치의 비정함을 한탄하고, 후일을 기약하여 변치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동백나무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羅州 松竹里 錦沙亭 冬柏나무 )

 


종 목
천연기념물  제515호
명 칭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 (羅州 松竹里 錦沙亭 冬柏나무)
분 류
자연유산 / 천연기념물/ 생물과학기념물/ 대표성
수량/면적
1주
지정(등록)일
2009.12.24
소 재 지
전남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 (금사정錦社亭)
시 대

소유자(소유단체)
나주나씨금사정파일송종중
관리자(관리단체)
나주시


지정종목
천연기념물
지정번호
제515호
지정일
2009.12.30
소재지
전남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 130

 


나주 송죽리에 자리잡고 있는 금사정 동백나무(錦沙亭 冬柏나무 )는 조선 중종14년(1519년)에 조광조를 구명하던 태학관유생 11명이 낙향하여 금사정(錦社亭)을 짓고 금강11인계를 조직하여 정치의 비정함을 한탄하고, 후일을 기약하여 변치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동백나무를 심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천연기념물 제515호 나주 왕곡면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는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전통나무다.백나무는 겨울에 붉은 꽃이 강렬하게 핀 후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에서 아름다움과 애절한 슬픔을 담고 있어 옛 사람들이 가까이 했으며 양화소록(養花小錄) 등 문헌에도 자주 등장하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가진 전통 꽃나무다.
동백나무는 숲을 제외하고 단목으로 지정된 사례가 없는데, 지금까지 조사된 가운데 가장 굵고 크며, 모양새도 반구형으로 아름답고 수세도 좋아 동백나무를 대표하는 가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금사정 동백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삶에 서리서리 맺힌 붉은 한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0년 전인 조선 중종 14년, 기묘사화의 참혹한 피바람이 세상을 휩쓸던 때 급진 개혁을 주창하던 풍운아 조광조가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음의 길로 떠난 뒤, 그를 따르던 선비들에게도 죽음의 피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들 가운데 이곳 나주 출신의 선비들이 있었다. 승지를 지낸 임붕(林鵬), 직장 벼슬을 지낸 나일손(逸孫), 생원 정문손(鄭文孫) 등 11명이었다. 현실 정치에서 좌절하게 된 그들은 피바람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서 금강 11인계를 조직한 그들은 짬짬이 세상 이치를 짚어 보며 훗날을 기약했다. 정자를 지은 건 그들이 낙향하고 10년쯤의 세월이 지나서였다. 정자는 ‘개혁정치’의 이상을 포기할 수 없는 선비들의 토론장으로 쓰였다. 정자를 다 지은 그들은 금강결사의 뜻을 따 ‘금사정’(錦社亭)이라 명명(命名)하고 정자 앞에 동백나무를 심었다.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하더라도 사철 내내 푸른 동백나무의 잎처럼 뜻을 잃지 말자는 다짐이었다. 또 좌절한 그들의 핏빛 한이 언젠가는 동백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담았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 11명의 선비들은 채 꿈을 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한 그루의 동백나무는 금사정 앞에 듬직하게 서서 옛 선비들의 이루지 못한 뜻을 지켜 왔다. 금사정 동백나무가 천연기념물 제515호로 지정된 건 2009년 12월이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나무이건만 독립 노거수로서 동백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이 나무가 처음이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던 선비들의 한을 국가가 보상해 주었다는 기쁨이라도 있었던 걸까. 국가 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이태 전의 겨울을 지내고 금사정 동백나무는 이듬해 햇살 따스하던 봄날, 여느 때보다 더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옛 선인의 정신을 이어받는 금강계 어르신 정모씨는 ‘옛 선비들처럼 개혁 정치를 이루기 위한 결사 조직은 아니지만, 여전히 옛 사람들처럼 금강계는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금사정도 여전히 금강계에서 관리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나서, 정자 지킴이가 떠나고 그가 살던 살림채도 허물었다고 한다.  정 옹의 이야기에 수시로 들고나는 마을 살림살이의 변화가 성가시다는 듯 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나무는 변한 게 없는데, 그를 둘러싼 세상은 쉬지 않고 변했다. 옛사람은 나가고 새사람이 들어온다. 따라서 살림살이도 변했다. 마을 붙박이로 살아온 노인에게 변화는 성가실 뿐이다.  쉼 없이 변하는 사람살이 속에서도 금사정 동백나무는 개혁의 뜻을 잃지 않기로 맹세했던 옛 선비들의 핏빛 다짐을 잊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피처럼 붉은 꽃을 끊임없이 피워낼 것이다. 사람의 마을에서 사람들은 들고남을 거듭하며 숱한 변화를 일구겠지만, 나무는 오로지 제게 주어진 빛깔과 향기에 맞춤한 모습으로 직수굿이 살아남을 것이다. 안팎으로 잔인하게만 흘러가는 이 계절, 세월 흘러도 이 땅을 아름답게 지켜줄 한 그루의 동백나무가 그래서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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