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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카톡에 실린 글 “어느 며느리의 고백”
빛가람타임스 기자  |  bgt0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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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14  12: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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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기봉 동신대명예교수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 나이차가 50년 나시는 어머님. 저 시집오고 5년 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 혼자서 4년간 대소변 받아내며 매일 간이침대에서 쪼그려 잠들며, 대소변 받는 일도 안 힘드니 살아만 계시길 바라던 이유는 평소 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이었습니다.
제 나이 30넘도록 그렇게 선하고 어진 이를 본적이 없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정신치료 받는 아버지……. 집 나가서 소식 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 들락거린 오빠, 매일 울며 자란 저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라고 2천만 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시며, 그 돈으로 혼수사서 시집오라 하셨던 어머님.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어머님 댁에 들어갔습니다.
신랑이 10살 때 과부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신 어머님.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 병을 깨뜨린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다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것은 몸에 안 좋다고 초콜렛 쩝쩝거리는 제 등을 두드리면서도 들어오실 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어머님과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그만 술이 과해 자라온 서러움이 많았던 제가 시어머님 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시며, 얼마나 서러왔노. 얼마나 무서왔노,. 처음부터 니가 내 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 줄테니 이제 잊어라” 하시던 어머님..
치매에 결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고 곱고 귀여운 어린 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 날 저에게 “아이고 이쁘네 ”뉘 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저는 웃으며 “나는 정순x여사님 딸이지요 할머니는 딸이 있어요? 했더니 ”있지“ 서미x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x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분 마음속에 제가, 딸 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시누이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 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 걸....
어느날 밤11시 소변 보셨나 확인차 이불속에 손을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그리고 귓속말로 ”아침에 떠난 옆 할매 침대 밑에 있드라“ 아무도 몰래 니 맛을거 사묵어래이, 하신거에요. 그리고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 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저는 울다울다 졸도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 안시킨 시아주버님,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 슬퍼하시게 우리 우애 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을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어머님 가신지 150일째 입니다.
어머님이 주신 만 원짜리는 배게 밑에 넣어두고 어머님이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 건 나무 큰 욕심이겠지요.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 곳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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