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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 기자명 빛가람타임스 기자

‘서(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 입력 2014.11.14 11:00
  • 수정 2014.11.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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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萬城) 박 재 형(朴在炯)

‘서(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글씨는 그 사람의 풍채(風采)를 나타내고, 잘 쓴 글씨는 그 사람의 품위(品位)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고 한다.문명의 이기(利器)는 우리 인간생활을 편리하고 풍요(豊饒)롭게 하지만 정서적(情緖的)으로는 인간의 감성(感性)을 메마르게 하는 아쉬움도 남게 한다.

 글(서:書)을 써서 남기고, 때로는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쓴 글을 받았을 때 그 짜릿한 느낌은 기기라는 통신매체로 받았을 때와 어찌 비교할 수가 있을까. 물질에 젖어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사랑들이 자꾸 멀어져만 가는 세태 속의 우리네 감정인지라 더욱 그에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문(漢文) 문화권(文化圈)의 중심(中心)에 살고 있으면서도 위정자의 단견(短見)과 어설픈 정객(政客)들 덕분에 한문폐지(漢文廢止)의 역사 속에 한문퇴화(漢文退化)의 길을 걷고 있다. 세계가 앞 다투어 한문화권(漢文化圈)을 연구하고 그 영광(榮光)의 재현(再現) 속에 손을 내밀고 있다.
무작정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안도 없이 한문폐지(漢文廢止)의 칼날을 휘둘렀었던 우리의 때 늦고 어리석은 후회를 과연 어느 누가 보상(報償)할 것인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성찰(省察)의 기회를 가져봐야 한다.

 ‘근대(近代)에 와서 우리가 한문(漢文)과 서예(書藝)를 소홀히 다루었지만 우리 말의 원천(源泉)인 한문(漢文)을 덧붙여 한글을 더욱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어 우리의 후손(後孫)에게 넘겨줄 책임과 보람을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묻고 싶다.

 나는 명색 제일의 명문대학에서 과학을 전공(專攻)하고 그 분야의 계통사업(系統事業)에 생(生)을 소진(消盡)했지만 덧없이 흘러간 세월이 나에게 남겨준 것은 오직 허무(虛無)함 뿐이었고 이젠 나이 90이 바라보이는 인생 노년(老年)을 맞이했다.

 다행히 칠십대(七十代) 중반(中盤)에 붓을 들 계기(契機)가 있어 시작한 서도(書道)의 길이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그 멋과 맛에 심취(心醉)하여 인생의 참맛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九十을 바라보면서 더욱 서둘러 체력(體力)의 한계(限界)를 극복(克復)하기 위해 보완(補完)에 힘쓰며 서둘러 공부(工夫)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즐거움 또한 만만치 않다. 천학(淺學)과 졸필(拙筆)임에도 불고(不顧)하고 감(敢)히 ‘서(書)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내가 가진 것을 남겨주고 싶어 몸 바쳐 정열(情熱)을 다하고 있다.
 답답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던 내 인생의 말년(末年)에 생기(生氣)와 기쁨과 보람을 갖게 해준 ‘서(書)’와 사랑하는 모든 분에 감사(感謝)하며 행복(幸福)함을 알리며 ‘서(書)’와 함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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